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2시간30분만에 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했다. 45년만의 비상계엄은 국민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사실상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이에 총보다 강한 유튜브, 군홧발보다 강한 카메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시민들은 “계엄 해제”를 외치려 국회 앞으로 모여들어 출입문을 봉쇄한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국회 진입 통제 상황이나 국회 경내로 날아드는 군 헬기,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 등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삽시간에 단체 카카오톡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에 올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국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내부 상황은 방송국 카메라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 내부 상황이 유튜브에 여과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로 와 달라”며 “늦은 시간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가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는 경찰을 피해 국회 담장을 뛰어넘는 장면도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 대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07만명이지만, 해당 라이브 방송은 238만명이 시청했다.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해 가결을 선포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시청자가 60만명을 넘겼다.
일각에선 국민들이 간밤에 기습적으로 벌어진 ‘계엄 사태’를 실시간으로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과거와 달리 큰 충돌 없이 계엄 해제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김백영 사회학과 교수는 “마지막 계엄인 45년 전은 모든 상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없으니 언론 통제가 용이했을 것”이라며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충분한 준비하에 진행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사태가 금세 일단락된 데는 전 국민이 지켜본 덕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