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국회에서 약 2시간 30분 만에 해제된 가운데, 국회 본청 건물에 투입됐던 한 계엄군이 철수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4일 온라인에는 국회 인근에서 한 군인이 고개를 숙인 모습이 공유됐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TV허재현’ 운영자는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 군인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건강하게 군복무 마치고 건강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 돌아와 달라.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10시 28분께 긴급 대국민 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선포 직후인 밤 11시께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허위 선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 계엄사 통제’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 위반 시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긴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포고령 발표 후 계엄군은 국회로 집결, 4일 오전 0시께부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정당 보좌진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본회의장을 향하려는 국회의원들 일부는 국회 출입이 막히자 담을 넘기도 했다.
본청 안에 있던 보좌진 및 관계자들은 계엄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나무 문짝, 대형 화분, 책상, 의자 등을 동원해 본청 1층과 2층 출입문을 봉쇄했다. 그러자 계엄군은 2층 국민의힘 당 대표실로 연결된 유리 창문을 깨고 외부에서 강제 진입했고, 당직자들은 계엄군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12시 45분께 계엄군은 로텐더홀에 도착했지만, 본회의장 안까지 들어가진 못했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들은 철수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 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군은 4시 22분부로 계엄 사무에 투입된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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