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간부회의 소집해 대응…“도청 폐쇄 거부, 분연히 맞서”
김동연 “대통령의 반헌법적 조치, 절차 위헌…국민이 막을 것”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해외 정·재계 인사 2400여명에 서한
“우리 경제 탄탄, 이상 없어…국민 안정 회복하고 차분한 일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이라고 일갈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시간 쿠데타’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 가치가 급락했고 야간주식과 선물, 코인시장은 곤두박질쳤다. 국제신용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면서 “단 몇 시간 만에 우리 경제는 크게 요동쳤는데 나락에 빠진 경제와 혼란에 빠진 사회,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를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 “이제 尹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
김 지사와 도청 직원들은 전날 밤 숨 막히는 긴장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1시30분쯤 수원 광교청사의 집무실로 복귀했다. 이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0시20분쯤 시작된 회의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도민에게 공개됐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계엄 절차에 따라 도청 폐쇄를 요청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단박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대국민 메시지는 시시각각 달리 나왔다. 계엄 선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비상계엄은 내용이나 절차에서 분명한 위헌”이라며 “정부의 도청 폐쇄 요청을 단연코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곧 국회가 헌법과 정해진 절차에 의해 계엄을 해제할 것을 확신한다”고 기원했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조치를 국민이 막을 것”이라며 “분연히 맞섭시다”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지사의 입은 점차 단호해졌다. “대한민국을 45년 전으로 돌린 폭거, 비상계엄을 해제하라”며 “대한민국은 정녕 1979년으로 회귀하는가.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 편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국회의 정당한 활동을 막는 행위가 있다면 이것 역시 헌법 위반”이라며 “전 직원은 동요하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의연하게,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날 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긴급 담화에 따르면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정당 활동과 정치적 결사 등을 멈추고, 도청 역시 계엄군의 지휘에 따라야 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뒤 이날 오전 4시30분쯤 도청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회 비상시국회의 참석…“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감”
이처럼 비상계엄·해제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한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후 2400여명의 해외 정·재계 인사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흔들리지 않는 경제 협력관계를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가 편지를 보낸 인사들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허리펑 중국 부총리,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정치 지도자들이 망라됐다. 또 지노 반 베긴 세계지방정부협의회 이클레이(ICLEI)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세이피 가세미 에어프로덕츠 회장 등 외투기업 대표가 포함됐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서한 발송 사실을 알리며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경기도와 대한민국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자”고 말했다.
공개된 서한문은 한국 사회의 유연한 대처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전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편지를 드린다”면서 “국민은 안정을 회복하고 차분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산업 부문도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기본이 탄탄한 나라이고, 경기도 역시 협력관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외국기업에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흔들림 없이 도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낮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 우원식 국회의장, 이종찬 광복회장을 차례로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빠지는 듯한 위기감에 참혹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누란지위는 층층이 쌓아 놓은 알의 위태로움을 나타내는 뜻으로, 몹시 아슬아슬한 위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어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오영훈 제주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