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시속 130km로 주행하다가 고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3형사부(부장판사 손현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를 받는 A씨(36)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 측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29일 대전지법에 상소권 포기서를 제출했다. 검찰 역시 상고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피고인 A씨에게 선고된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 3월21일 오후 8시40분쯤 충남 천안 서북구 부대동에 위치한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고등학생 B군(17)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술을 마신 채 시속 130km로 주행하던 중이었다.
당시 A씨는 평택에서 술을 마시고 약 22km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구호조치 없이 도주했으며 사고 현장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그는 가로수를 들이받고서야 차량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9%였다. 이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고가 날 때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적색이었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이 사고 이전부터 수차례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했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신호가 녹색이던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며 “사고 직전 적색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피고인이 사고 이전부터 난폭운전 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교에서 자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생이 숨지는 사고를 일으키고도 도주했고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양형 사유는 원심에서 충분히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새로운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 후 속력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욕설을 내뱉으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진지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다”라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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