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초기창업활동 비율 10.2%로
2021년 12.3%서 매년 하향 추세
글로벌 순위도 21위→30위 ‘추락’
창업, 대부분 돈 벌기 쉬운 분야로
서비스 등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
3高로 초기 자본 확보 어려운 탓
“청년 도전 뒷받침할 정책 등 절실”
우리나라에서 창업 의지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해도 신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보다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침체한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에 독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진흥원에 의뢰해 분석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GEM) 2023·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성인 인구 중 초기창업활동(TEA)에 참여하는 비율은 10.2%였다. 초기창업활동 기업가는 창업 과정에 있거나 창업 후 42개월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2021년 13.4%, 2022년 11.9%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순위도 21위에서 22위, 지난해 30위로 떨어졌다.
주변 지인 중 창업한 사람을 보기도 어려웠다. 전체 성인 응답자의 37.9%만 창업한 지인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 역시 2021년 40.5%에서 2022년 39.5%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창업은 경제적 이유가 많았다. 초기창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업 동기를 조사한 결과 ‘부(富)의 창출’ 항목이 82.6%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2021년에는 16위였으나 2022년 7위, 지난해 5위로 ‘부’를 목적으로 한 창업 비율이 높아졌다. 가업승계(5.4%)와 세상변화(3.9%)가 이유라는 응답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초기창업활동 기업가들은 10명 중 6명(57.4%)꼴로 진입이 쉬운 소비자 대상 서비스 분야를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분야는 진입이 용이한 대신 경쟁이 치열하다. 코딩이나 콘텐츠 제작 등 고도의 기술을 활용해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자리 잡기는 어렵지만 좋은 이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대상 서비스 비율은 15.9%였다. 제조업·물류업 등 2차 산업은 24.7%였다.
창업회사 대부분은 ‘내수용’으로,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25% 이상인 기업은 1.9%, 45개국 중 41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초기창업활동가보다 창업 후 42개월이 지난 안정기소유경영(EBO·기존 기업) 비율이 더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 정도가 기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존 사업에서 부족한 면을 새로운 사업이 보충해주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제 고용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성인 응답자 중 향후 3년 이내 창업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24.9%였으며, 본인 스스로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절반 수준인 55.4%만 그렇다고 답했다.
창업 도전이 줄어드는 이유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취업 등 안정된 삶을 원하는 청년이 늘고, 도전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창업 위축이 이어지면 신생기업 출현이 줄어 경제 활력이 약해지고, 창업이 활발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신기술 개발·활용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재계는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포용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기업가정신 어떻게 재점화 시킬까 세미나’에서 “빅테크 기업이 많이 배출되는 미국처럼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보장하고, 사회 전반에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신산업 진입규제 완화와 규제샌드박스 확대, 재창업 시 첫 창업보다 지원금 20%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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