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전의비 “망발” 공동성명
의개특위 논의도 무기한으로 연기
의정 갈등 심화 속 의료개혁 꼬여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4일 오전 국무회의 의결로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의료계는 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복귀·처단’ 문구를 놓고 밤새 술렁이고 분노했다. 교수단체 등 의료계는 “의료인을 반국가세력으로 호도하는 행위”라며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의료개혁도 더욱 꼬여가는 양상이다.
의료계가 이번 사태에 유독 비판적인 것은 의대 2000명 증원을 고수한 게 윤 대통령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엄사령부가 내놓은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한 탓이다.
계엄이 해제되자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하던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가 무산되면서 이미 대통령 부재 상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윤석열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세력으로 호도했다”고 규탄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보궐선거전이 시작된 가운데 5명의 후보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좌초된 후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의·정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개혁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의개특위는 이날 오후 예정된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5일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도 서면 심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주 상황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로 예고된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도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다.
의료계는 의개특위에 참여 중인 대한병원협회(병협)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병협 관계자도 “비정상적인 상황에 일이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개특위 철수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도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내년 3월부터 전국 200여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전공의 6950명(인턴 3356명, 레지던트 3594명)을 모집한다고 이날 공고했다. 레지던트의 경우 15일 필기시험 등을 거쳐 19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렇지 않아도 응시자가 모집인원의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공의 처단’ 언급까지 나오며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진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복귀를 고민하던 일부 전공의마저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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