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새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긴박하게 돌아갔던 상황 속에서 눈길을 끈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입장문을 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한 대표는 국회로 이동해 자당 의원들의 본회의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뒤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으로서 이번 사태 발생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앞으로 이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과 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건 위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도 주목받았다.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이끈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한남동 공관에서 출발, 약 30분만인 3일 오후 11시쯤 국회에 도착했다.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우 의장은 차에서 내려 빈틈을 찾아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한다. 국회 담장 높이는 1m남짓이다. 우 의장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 보좌진 등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당장 개의해 계엄 해제 요구 안건을 상정하라’는 의원들의 성화에도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 중에선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과 현 정권의 계엄 시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이목이 쏠렸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4일 MBC라디오에 나와 군 동향과 관련,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걸로 보인다”며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부대와 공수부대 등이 움직였지만, 전방 부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8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내정됐을 때 처음으로 계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8월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 준비 작전이라는 게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괴담 선동”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김 최고위원은 지속적으로 계엄 음모 의혹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중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빠른 대처가 관심을 모았다. 오 시장은 3일 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시청 집무실로 복귀해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여당 소속 시도지사 중엔 처음으로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선 “명분 없는 계엄 선포는 민주주의 본령을 거스른 행위였다”며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철저한 조사”라며 “이들에게 우리 민주주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야당의 ‘방탄 국회’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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