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9명 데리고 탈북했던 김이혁씨, 귀순 1년 만에 사고로 숨져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갈무리 

일가족 9명과 함께 귀순했던 탈북민 김이혁씨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일 새벽 유튜브 채널 '이철은NK TV'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김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해당 채널 운영자 이철은씨는 북한 국무위원장 직속 정보기관이자 비밀경찰기관인 국가보위성 황해남도보위부 장교(상위) 출신으로, 2016년 바다를 헤엄쳐 귀순에 성공한 바 있다.  

이씨는 “네덜란드에서 뜻밖의 비보를 듣고 슬픔에 잠겨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23년 가족과 함께 목숨을 걸고 서해 해상으로 배를 타고 탈북한 김이혁 님이 어제 뜻하지 않은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억압받고 천대받던 북한 땅을 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날만 남았던 김이혁 님의 비고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허무함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이혁 님이 가시는 길은 억압과 착취가 없는 행복한 길이 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족분들에게 위로가 있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황해도에서 일가족 9명을 목선에 태우고 서해 NLL을 넘어 탈북에 성공했다. 김씨 일가족은 그해 12월 BBC 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탈북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 정착한 그는 탈북민으로서 다양한 자리에 참석해 북한의 실태에 대해 목소리를 냈으며, 유튜브 채널 ‘김이혁 유미 TV’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6월에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탈북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는 북한에서 외화벌이 기업소 선단장으로 배 세 척을 운영하며 하루에 최대 50달러를 벌어들였다. 외교관조차 1달러 남짓의 월급을 받는 북한에서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북한이 바다를 봉쇄하면서 허덕이는 식량난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는 2022년 말부터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세 번의 시도 끝에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했다.

한국에서의 자유로운 일상을 꿈꿨던 김이혁씨는 탈북 1년 7개월여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됐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