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동훈, 尹 탄핵 찬성…“오직 나라와 국민만 생각할 때”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12-06 09:53:01 수정 : 2024-12-07 12:03: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속한 尹 직무집행정지 필요…극단적 행동 재현 우려 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뒤 정국은 크게 요동쳤다. 전날까지만 해도 야당이 주도하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무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하야와 탄핵 소추밖에 없기에 한 대표가 탄핵에 사실상 찬성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해 7일로 예정했던 본회의가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주요 정치인 체포 기도 사실로

 

한 대표는 입장를 선회한 이유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조를 운용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이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며 “여 사령관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들을 과천의 수감장소에 수감하려 한 구체적 계획이 있었던 것도 파악됐다. 앞으로 여러 경로로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적’이라고 규정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를 지원 사격한 한 대표였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헌법적 권한마저 찬탈해 계엄 정국을 끌고 가려 했던 정황이 확인되자 더이상 대통령을 엄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계엄 해제 직후 요구한 내각 총사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해임, 윤 대통령 탈당 요구도 사실상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 대표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 안팎은 크게 술렁였으나, 그의 언급은 곧 사실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던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민주당 박선원·김병주 의원과 면담 자리에서 “전임 장관(김용현)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우원식 국회의장, 한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체포 대상자 이름을 열거하며 국가정보원에 위치 추적을 요청하고 구금 계획까지 밝힌 사실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면담에서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 대신 국민·나라 앞세운 韓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같은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과 상황 판단 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에서 거론한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군 인사들에 대한 인사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고, 이번 비상계엄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 한 대표는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원총회의 탄핵 반대 당론 결정 수용 뜻을 밝혔었다. 이대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 정지, 탄핵안 인용,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경우 국민의힘이 범죄자라고 비난해왔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 당내에 깊이 남아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 자신에게 드리워질 수 있는 배신자 프레임 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한 대표는 ‘당’과 ‘지지자’라는 표현을 빼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단어만 사용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내 어리둥절…韓 비난도 쇄도

 

한 대표의 입장 선회 후 윤 대통령은 그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도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제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며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한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는 측근들조차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친한(친한동훈)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확한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고, 다른 친한계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꺼두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지도부 인사는 “대표의 입장 변화를 최고위 사전 회의 때 알았다”며 “굉장히 극비로 진행됐고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의 발언 후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시간을 단축해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탄핵 찬성 뜻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저는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민의힘은 분열이 가속화했다. 친윤 5선 김기현 의원은 “(한 대표 언급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이번에도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한다면, 다음번에 또다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조차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5선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상황과 진실을 파악해 봐야 할 때”라면서도 “이미 당론으로 탄핵 반대의 입장은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통령이 국가위기를 수습하고, 조사의 결과에 따라 책임지는 방법 등은 앞으로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탄핵만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유태영·김병관·김나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르세라핌 허윤진 '매력적인 눈빛'
  • 르세라핌 허윤진 '매력적인 눈빛'
  • 르세라핌 홍은채 '여신 미소'
  • 김혜수 '천사 미소'
  • 이세영 '하트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