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했다. 현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계엄 해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이 조 장관과 통화를 하고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계엄 해제에 대한 환영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조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이 해제된 것을 환영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또 이 기간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에 대한 확신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 당국은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비상계엄 문제와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공식적으로 소통 내용을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당국은 계엄령 발표 전 한국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공유받은 것이 없으며 세계 다른 나라와 같이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이 정권을 초월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벌써 한·미 간의 외교 일정에는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방문을 계획하다가 한국 계엄 사태 이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국 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사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4∼5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대북 억지력 강화에 중요한 한미간의 안보 협의가 계엄 사태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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