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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교구서 추락한 8세 아동 '골절'…대법 "태권도 관장, 과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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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06 16:35:30 수정 : 2024-12-06 16: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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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엇갈린 판결…업무상 주의의무 쟁점
대법 "지나치게 높다 보기 어렵고 교육도 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태권도장 수업 도중 초등학생이 골절상을 입은 사고에서, 과거 비슷한 사고가 없었고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관장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5일 오후 4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전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원생인 B군을 다치게 해 사고 방지를 위한 충분한 주의사항 설명 및 안전장치 설치 등을 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높이 31cm, 상단원지름 12cm, 하단원지름 21.5cm의 타원형 모형 원탑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는 일명 '중심잡기' 수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B군은 원탑 위에 올라가는 첫 시도에서 떨어진 뒤 두 번째 시도에서 겁을 먹고 곧장 내려왔다가, 세 번째 시도에서 원탑에 오르자마자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왼쪽 팔꿈치 부위를 바닥에 부딪쳐 3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상완골 원위부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

 

검찰은 A씨가 중심잡기 훈련을 하면서 원생들에게 부상의 위험을 미리 설명해 주지 않은 점, 부상 방지를 위한 자세 연습을 시키거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안전매트를 따로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B군을 다치게 한 데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중심잡기 훈련을 할때마다 매번 준비운동을 했고, '훈련 중에 밀거나 장난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는 점, 당시 태권도장에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바닥이 설치돼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원생들의 부상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동 수업 중이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을 것인데도 이에 미흡해 8세의 어린이가 작지 않은 상해를 입게 됐다"며 "다만 A씨의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시 중심잡기 훈련의 특성과 사건 발생 경위를 살펴보면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탑 위에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사람이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훈련 과정 중 생길 수 있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봤다. 이 원탑이 5세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는 교구이며, 높이가 31cm로 8세에 가까운 B군에게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또 당시 키 137㎝, 몸무게 38㎏으로 또래보다 체구가 큰 편이었던 B 군에게 원탑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 일반적으로 낙상이나 골절과 같은 중대한 부상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봤다.

 

태권도장에 설치된 매트 역시 학생들이 넘어졌을 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다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상대로 중심잡기 훈련을 할 때 준비운동과 안전교육도 실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 이같은 사정을 봤을 때 A씨에게 사고를 방지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군이 사고 이전에 이 태권도장에서 약 1년 5개월 동안 여러 운동을 하면서 부상당한 적이 없고, B군 외에 다른 원생들이 중심잡기 훈련을 하다 다쳤다는 증거도 없기에 이번 사고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것이라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고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jolichio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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