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가 6일(현지시간) 비상계엄 여파로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피치는 “한국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괜찮지만, 정치가 계속 불안하면 신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이날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건재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될 경우 (신용)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피치는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같은 기관들이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서 금융시장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계엄령 선포로 제기된 문제들은 헌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제도상의 견제와 균형은 대체로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과거에도 한국이 정치적 불안정을 겪었지만, 그때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한국은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정치적 변동성을 경험했지만 국가 신용등급이 중대하게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은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정부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치가 불안정하면 사람들과 기업이 신뢰를 잃을 수 있고, 국가 재정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30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행정과 사법을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박 총장은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무장한 계엄군은 국회로 들이닥쳤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11시쯤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하며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였다.
이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상정됐고 오전 1시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됐다.
국회의 계엄 해제안 요구에도 3시간 이상 침묵을 지키던 윤 대통령은 결국 이날 오전 4시 27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를 통해 계엄 해제 의사를 밝혔다.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가결됐고 7일 오후7시쯤 표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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