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을 꼽자면 ‘수요와 공급 법칙’이다. 시장 경제의 기본원리이자 가격 결정의 핵심 요소다. 간단하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과 자유계약선수(FA) 우완 투수 최원태(27)의 4년 최대 총액 70억원 계약은 수요와 공급 법칙을 한참 벗어났다는 평가를 지울 수 없다.
삼성은 지난 6일 FA 시장에 나온 우완 투수 최원태와 계약금 24억원, 4년 연봉 합계 34억원으로 보장액 58억원에 인센티브 12억원을 합쳐 총액 70억원에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최원태가 준수한 선발 요원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2015년 넥센(現 키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2016년 1군에 데뷔한 최원태는 2023년 전반기까지 키움에서 선발로 뛰다 1대3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나폼을 입었다. LG가 최원태를 영입하는 대신 외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트레이드였다. 올 시즌까지 한 시즌 반을 LG에서 뛴 뒤 FA 자격을 획득한 최원태는 통산 217경기에서 1134.1이닝을 소화하며 78승 5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삼성은 “다음 시즌 팀 순위 상승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선발 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라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면서 “최원태는 2017년 이후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이닝을 책임지며 꾸준하게 던졌다.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 구종을 다양하게 던지고 제구도 안정적”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최원태는 최근 5년간 10승을 거둔 적도 없다. 150이닝을 넘긴 적도 없다. 2점대 혹은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찍은 적도 없다. 특급 선발이라고 보긴 어려운 선수다. 4~5선발로 팀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 투수임은 분명하지만.
게다가 포스트시즌만 되면 약해지는 투수다. 가을야구 통산 17경기 25이닝을 던져 2패 1세이브 3홀드 6피홈런 31자책점 ERA 11.16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단 1승도 없다. LG 소속으로 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0.1이닝 만에 4실점하며 조기강판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준플레이오프 2.2이닝 3실점(2자책), 플레이오프 3이닝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러한 가을야구에서의 부진은 원 소속팀인 LG가 FA 영입전에 참전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FA가 가격이 폭등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는 원 소속팀의 참전이다. 그래야만 타 구단들이 원 소속팀과의 영입전을 이기기 위해 더 큰 금액을 제시하게 되면서 몸값이 뛸 수 있다.
그러나 최원태와 LG는 단 한 차례만 만나고 협상 테이블을 더 이상 차리지 않았다. 다른 구단들도 최원태 영입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사실상 삼성의 단독 영입전이었다. 삼성이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삼성은 무려 총액 70억원을 쐈다. 여기에 최원태의 FA 등급이 A급이라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 출혈은 더 커진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벗어나는 행보다.
그럼에도 70억원의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번 FA 시장에서 최원태와 드래프트 동기인 엄상백이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을 맺은 여파로 덩달아 최원태의 가격도 올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비FA 다년 계약이 활성화되면서 수준급 선발투수가 FA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현재 상황도 최원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