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넘긴 尹대통령…국가원수로서 역할은

국무총리에 내치 맡기고 인사·외교 권한 행사 제한 전망
해외 순방 일정도 재검토 될 듯…'가치 외교' 추동력 떨어지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탄핵 위기를 넘겼지만 사실상 '2선 후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국가원수로서 역할 범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우선 필요한 내치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인사·외교 등에서도 상당 부분 권한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군통수권, 조약 체결 비준권, 법률안 거부권, 법률 개정안 공포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기관 임명권 등 다양한 헌법상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이제는 정상적으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향후 내각 구성부터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에서는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책임총리제 전환 등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로 중립 내각 구성에 대한 합의는 대통령의 고유 인사 권한을 양보해 야당이 요구하는 인사를 대폭 수용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헌법 규정은 따로 없지만 이른바 책임 총리제를 구현하려면 헌법 상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87조 1항)과 각료해임 건의권(87조 3항)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헌법상 공무원 임면권은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인 인사 권한은 줄어드는 셈이다.

나아가 전반적인 국정 운영도 국무총리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례 국무회의는 통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번갈아 주재하는 게 관례이지만, 향후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가원수로서 윤 대통령이 설 수 있는 외교 공간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가치 중심 외교와 글로벌 중추 국가론 역시 추동력을 급속히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핵심 동맹국인 미국은 극히 이례적인 표현으로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할 수 있는 안보 협의도 잇달아 연기·보류되고 있다.

당초 정상외교를 위해 예정됐던 윤 대통령의 해외 출장 역시 현재로서는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국군통수권의 경우 국무총리가 대신 행사할 수 없으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 동원의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이 또한 위급 시에 한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윤 대통령은 향후 비상계엄 수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외 공식 일정 없이 상당 기간 정치적 칩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고 대외적으로 외교 역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직무 정지가 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가 되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