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데 대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문구 탓에 의료계 공분이 큰 상황에서 여·의·정 협의체를 추진하던 여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을 아예 포기한 데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계 단체가 모두 빠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료계, 곳곳서 ‘尹 퇴진’ 집회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의학교육, 의료 탄압 규탄 윤석열 퇴진 촉구를 위한 ‘의대교수 시국선언 대회’를 연다.
교수들은 의대증원·의료개악 정책을 원점으로 돌릴 것을 촉구하고, 윤봉길의사기념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앞서 전의비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탄핵 불발에 따라 집회 규모 등은 더욱 확대될 여지도 있다.
전의비는 계엄 해제 이후 “지금도 비상계엄에 짓눌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전공의, 의대생을 생각해달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을 막아 주신 것처럼 윤석열이 벌여 놓은 폭압적 의료정책과 의대증원 강행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전의비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 교육부, 복지부 장차관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그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며 “의대 총장, 학장들도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서전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2시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한다.
서전협 비대위는 “원천적, 절차적으로 무효한 계엄령에서 알 수 있듯, 의료농단도 원천적으로 부당하다”며 “젊은 의사들의 권리와 의료농단 규탄에 의지가 있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전협은 이번 집회에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후보 등의 참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대화 불가...의대 증원 원점”
의료계는 전공의 등 의료계를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정부와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면서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성명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일거에 무너뜨린 윤석열 정권의 만행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며 “전공의와 의사를 사회구성원이 아니라, 반역자이며 처단의 대상이라는 인식은 이 정권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권은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이 인정한 정부가 아니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옹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윤석열정권의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5년 입학증원으로 인해 촉발된 의료농단과 의료의 붕괴에 대한 책임은 윤석열과 참모,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및 그 부역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의대교육의 파행은 2025년 의과대학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음을 알고서도 의과대학 교수들의 만류와 거부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입학정원 증원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대학총장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총장, 의대학장 및 보직자는 증원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를 막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윤석열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증원된 입학정원은 철회되어야 한다. 향후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비도 전날 성명에서 “의대 총장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의대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바란다.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긴급하게 논의하고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전의비는 “애초에 의대 총장들이 윤석열의 근거 없는 2000명 의대증원에 무지성으로 적극 가담하면서 의학교육 위기가 초래되었다”며 “내란수괴가 국민을 향해 처단이라는 반국가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애서도 총장들은 여전히 의학교육의 위기를 방치하며 뭉개는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감당할 수도 없는 무리한 의대증원의 소탐대실은 향후 회복하기 어려운 의학교육 부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비는 이에 “2025학년도 의대 정상 운영을 위해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긴급하게 논의하고 실행하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이 벌여 놓은 의대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의대총장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부역자로 남을 것인지, 참된 교육자로 남을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길에 놓여 있음을 상기하고 부디 올바른 길을 찾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의사 단체들, 의개특위 불참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과 맞물려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사 관련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병협)가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이후 대한중소병원협회(중소병협)와 국립대학병원협회도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결정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의개특위에 동참했던 의사 관련 단체 3곳이 모두 참여를 중단하면서 의개특위 논의도 잠정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들의 결정에는 계엄사령부가 3일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이탈 의료인 처단’ 내용이 담기면서 의료계 공분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포고령 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앞서 병협은 5일 입장문에서 “이번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의개특위가 구성되면서 의료계 핵심 단체인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가 참여를 거부하면서 반쪽짜리 위원회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의사 단체들이 모두 빠지면서 특위 논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개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공급자 단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수요자단체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도 특위 운영에 우려를 나타내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주도한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 3주만에 좌초된 데 이어 의개특위마저 가용 불능 상태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특위가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실행방안을 예정대로 이달말 발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정부는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내각 총사퇴 실행 여부나 탄핵안 재표결 등에 따라서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도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병협이 의개특위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에 대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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