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통·난소·대장암 감소 효과 불구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 증가 부작용
첫 1년 실패 0.3% 불과… 콘돔은 2%
복용 하루 빼먹으면 피임률 떨어져
사후피임약은 복용 빠를수록 효과
건강에 관련된 정보 홍수의 시대지만, ‘반쪽짜리’ 정보들이 많다. 피임도 마찬가지다. 연말이면 사후피임약 처방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호르몬 농도가 일반 경구피임약보다 5∼10배 높아 ‘응급용’으로 사용해야 할 사후피임약이 편리하게 복용하는 약으로 둔갑한 셈이다.
‘2021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49세 설문대상(8500명) 중 7.1%가 임신중절을 경험했다. 피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다.
생명 탄생과 직결되는 임신은 부모가 될 준비가 됐을 때 해야 한다. 전승주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피임법별 성공·실패율, 피임에 대한 흔한 오해에 대해 알아본다.
◆피임 성공률 높은 것은 콘돔? No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은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이다. 이 중 25∼40%는 실패한다.
‘피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높은 성공률의 피임법은 남성의 경우 △콘돔 △정관수술이 있고, 여성은 △경구피임약(복합·프로게스틴 단일) △사후피임약 △임플란트(임플라논) △자궁 내 장치(IUD) △난관수술 등이 있다.
각 피임법에 따른 첫 1년간 피임 실패율을 비교하면 △복합경구피임약 0.3% △프로게스틴 단일 경구피임약 0.3% △주사용 피임제 0.3% △자궁 내 구리장치 0.6% △자궁 내 호르몬(레보놀게스트렐) 분비 시스템 0.1% △콘돔 2% 등이다.
여성 피임의 경우 합성호르몬제를 통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을 점성 있게 만들어 정자의 이동을 방해하며, 자궁 내막을 변화시켜 수정란이 착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전은 동일하다.
◆경구피임약이 뇌졸중 위험? Yes
피임법은 피임 목적 외에 다른 이점도 있다. 콘돔의 경우 성매개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복합경구피임약은 월경통 감소·난소암·대장암 감소 효과도 있다.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뇌졸중’. 특히 비만, 35세 이상, 하루 15개비 이상 흡연할 경우, 허혈성심질환이 있다면 복합경구피임약은 금기다. 수축기 혈압 160㎜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 100㎜Hg 이상, 정맥혈전색전증, 뇌졸중의 과거력, 합병증이 동반된 판막성심장병, 전신홍반루프스, 편두통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궁경부암 발병 상대위험도도 5∼9년 투약 시 1.6, 10년 이상 투약 시 2.2로 증가한다.
전 교수는 “저용량의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경구피임약을 복용해도 뇌졸중 발생률이 1년에 10만명당 4.4명에서 8.5명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루 정도는 빼먹어도 된다? No
경구피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복용’이다. 하루라도 빠지면 피임 확률은 뚝 떨어진다.
전 교수는 “복합경구피임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이 ‘하루쯤 빼먹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시간 될 때마다 먹는 경향이 있다”며 “1일 빼먹거나 1일 늦게 복용을 시작한 경우라면 가능한 한 빨리 빠진 날수만큼의 피임약을 복용하고 그 이후에는 원래대로 한 알씩 복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2일 이상 빼먹으면 가능한 한 빨리 빠진 날수만큼의 호르몬 피임제를 복용하고, 그 이후엔 한 알씩 복용하되, 7일간은 콘돔 등 추가 피임을 병행해야 한다.
◆사후피임약은 만능? No
사후피임약은 기본적으로 배란을 빠르게 억제하고 착상을 방해해야 하기 때문에 경구피임약보다 호르몬 농도가 5∼10배 이상 높다.
사후피임약은 한 월경 주기에 1회 복용만 가능하다. 또 1회 복용한다고 같은 월경 주기의 피임 전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복용 직전에 있었던 성관계만 해당한다.
무엇보다 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한다. 24시간 이내 복용 시 실패율은 낮은 편이지만 48시간 지나면서부터는 성공률이 떨어져 75% 수준이며, 72시간가량 지나면 피임 성공률은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전 교수는 “사후피임약의 부작용으로는 첫 24시간 동안 오심, 구토,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약 50%에서는 메스꺼움을, 20%는 구토 증상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투약하고 2시간 이내에 구토를 했다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다시 복용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피임 종류는 여성이 많다? Yes
일각에서는 “왜 피임은 여성의 몫”이냐는 항변도 있다. 피임 종류를 놓고 보면 여성의 피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남성의 경우 콘돔과 정관수술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콘돔은 무엇보다 꼭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용 방법이 미숙한 경우 피임 실패율은 15∼20%에 이른다. 여성이 피임을 하더라도 HPV 등 다양한 감염병 예방 등의 차원에서 보조적 사용이 권고된다.
다만 정관수술은 향후 임신을 생각하면 실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전 교수는 “정관수술 시 첫 1년간 피임 실패율은 0.1%로 매우 낮다. 다만 이후 자녀계획이 있을 때 체외수정이 아닌 자연임신을 통한 임신시도를 위해 복원술을 시행할 경우 임신 확률은 50∼70%로 낮으며, 정관수술 상태가 오래 지속이 될수록 복원술 성공률도 낮다”고 설명했다.
◆추천 피임법
전 교수는 자궁 내 호르몬 장치(레보놀게스트렐)를 추천했다. 한 번 삽입하면 5년 동안 유지되고, 피임실패율은 0.1∼0.2%로 매우 낮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장점이다. 국소적으로 호르몬이 작용하기 때문에 전신부작용 발병 가능성이 작다.
또 35세 이상 흡연가, 비만, 정맥혈전증 과거력이 있거나 편두통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프로게스틴 단일 약제가 대안이다. 복합경구피임약에 비해서는 피임 실패율이 8% 정도지만 여성호르몬이 함유돼 있지 않아 여성호르몬을 투약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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