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통해 의사당 봉쇄 노려
국회 결의 막으려 했는지 관건
선관위 투입 방첩사 요원들에
“서버복사 임무 언질” 증언 나와
추미애 “방첩사 사전 모의 의혹
포고령, 5·17 당시 문건 참고한 듯”
계엄 해제 무력화안도 검토 정황
방첩사 “한미연합훈련 대비 자료”
군검찰이 포함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선 가운데, 비상계엄이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었는지, 무장한 계엄군 투입을 폭행 또는 협박의 ‘폭동’으로 볼 수 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계엄군 헬기가 국회 경내에 착륙한 것만으로도 국회를 무력화할 목적이 달성돼 내란죄가 충분히 성립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헬기 자체, 폭행·협박”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비상계엄을 공모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무력으로 무력화하려 했는지가 내란죄 수사의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인데, 국헌 문란 목적이란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계엄군을 통해 국회의사당을 봉쇄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저지하려 했는지가 내란죄 수사의 관건이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 각 약 280명, 300명이 투입된 경위, 계엄군이 선관위 전산실의 시스템 서버를 촬영한 이유, 계엄 포고령 작성의 주체와 경위 등이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선관위에 투입된 방첩사령부 요원들이 선관위 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 복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방첩사 관계자는 “최초 명령은 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 반출을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상황에 따라 서버 복사를 할 수도 있다는 언질도 있었다”고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폭로한 13명 체포 명단과 윤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의 진위도 가려내야 한다. 홍 전 차장은 해당 명단에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느 정도는 사실관계, 내란죄 증거가 다 나온 것 같다”며 “군 헬기가 국회에 착륙해 군인들이 내리는 모습을 전 국민이 지켜봐 ‘외포심’(몹시 두려워하는 마음)에 트라우마까지 생겼는데, 12·12 사태 대법원 판례상 이 행위 자체로 내란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국헌 문란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폭동의 내용인 협박 행위가 된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대통령을 구속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다”며 “주모자인 대통령 수사도 빨리 해야 된다”고 검찰에 속도전을 주문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생중계돼 사실관계보다 법리적 검토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국회 권한을 정지시키려 했는지, 선관위 권한을 침해했는지, 결국 대통령이나 계엄사가 어떤 명령을 했는지를 검찰이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에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방첩사, 계엄 사전 모의했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이날 공개한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 자료’ 문건엔 방첩사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에 대한 무력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담겼다. 계엄 선포 부분의 주요 쟁점 사항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거부 권한이 없다’고 돼 있다. ‘계엄 관련 국민의 부정적 인식으로 임무 수행 제한 시 대책은?’이란 쟁점 사항엔 ‘정부 행정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써 놨다.
문건엔 1980년 5월17일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계엄 포고령도 첨부됐다. 이 포고령엔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고 돼 있는데, 12·3 비상계엄 포고령에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추 의원 주장이다.
이런 정황은 비상계엄을 사전에 몰랐다는 여 전 사령관 입장과 배치된다. 여 전 사령관은 전날 “TV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계엄 정국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그는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다.
방첩사는 추 의원 의혹 제기에 지난해 한미 연합 훈련 대비 차원에서 만든 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방첩사 관계자는 “지난해 ‘자유의 방패’·‘을지 자유의 방패’에 대비해 전시 전환 절차에 참고하고자 계엄 업무 실무 편람 등을 참조해 요약한 자료”라며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 특수단은 이날 김 전 장관의 공관·자택·집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의 영장엔 내란, 군형법상 반란 혐의가 적시됐다. 경찰은 법원에서 김 전 장관 통신 영장도 발부받아 통화 내역 확보에 나섰다.
김 전 장관 변호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윤상혁(변호사시험 4회)·안동진(6회) 변호사가 맡았다. 김 전 장관이 군에서 전역한 뒤 고문을 지냈던 인연으로 대륙아주에 요청했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관을 거쳐 검사가 됐으나 올해 10월 사직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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