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등 유통가 대응 부심
국가신인도 하락 통상환경 악화
현대경제硏 “2025년 성장률 1.7%”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도래로 인한 불확실한 통상환경,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이후 탄핵 정국까지 덮치면서 재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은 정국 향배를 차분하게 주시하며 위기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사업계획 전반을 다시 손봐야 할 수도 있어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국내 기업들은 이달 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과 내년 사업 목표를 공유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어 글로벌을 비롯한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분기에 한 번씩 사장단 협의회를 여는 LG그룹도 조만간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회의를 진행한다. 최근 주력 업종인 화학, 유통 등의 부진으로 고민하는 롯데그룹은 내년 1월에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통해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마련한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도 대비하고 있다. 앞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국정농단 의혹 제기에서 탄핵까지 기간에 도심 집회로 백화점 등 내·외국인의 발길이 줄고, 정국 불안에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통상정책 변화 가능성과 중국 공세 등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개될 국내 상황에 따른 파장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환율 움직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헤지(위험 분산) 방안을 분석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달러로 주로 결제하는 수출 기업들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상승과 투자비 증가 등으로 부정적이다. 한국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모두 환율 변동에 따라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다. 철강과 정유, 석유화학 등도 원재료 수입 비중이 커 환율에 민감하다.
떨어진 국가신인도는 기업이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이어서 걱정이 더 크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국가신인도를 중요하게 본다”며 “수주에 영향을 미친다면 내년 목표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내외 불안이 확산하면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춰 잡았다. 앞서 지난 9월 전망치는 2.2%였다. 1.7%는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다. 현대연구원은 “수출은 증가세가 유지되겠지만, 민간소비 회복이 제한적이고, 건설투자는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