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한 뒤 공직자 임면권을 행사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은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최근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에서 임명권과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내란 피의자로 입건된 윤 대통령이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내드린다”고 공지했다. 통상 대통령실이 자료를 내 알리는 국무위원 인사를 행안부가 자료를 내 공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지난 6일 임명한 사실도 이날 국정원 공지로 알려졌다. 홍 전 1차장은 12·3 비상계엄 발령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장과 여야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받은 사실을 폭로한 뒤 6일 사표를 냈다.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이후 하루 만에 임면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는 2선 후퇴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적 개념이 아니다.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법적 제한은 없다. ‘2선 후퇴’와 ‘대통령 권한 유지’라는 인식의 괴리가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임명이 아니고 사퇴 문제니까 적극적인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에는 윤 대통령이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에 박선영 전 의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정상 업무를 보며 대통령직 수행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불법 계엄으로 온 국민을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고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놓고서는, 혼자 아무런 일도 없었단 듯이 태연히 국정에 손을 대고 있다”며 “황당함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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