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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 이어가는 尹… 마비된 대통령실… 여론 뭇매 맞는 총리 [비상계엄 후폭풍]

입력 : 2024-12-09 19:00:38 수정 : 2024-12-10 0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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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휩싸인 국정 운영

尹 두문불출 속 대수비·주례회동 취소
대통령실 직원들은 수사 대비 모습
‘韓·韓 공동 국정 운영 구상’ 논란에
총리실 “韓 대표 담화문 내용” 선긋기

韓총리 ‘경주 전복 어선 구조’ 지시
“헌법상 보장 행정 각부 통할권 기반”
日매체 “韓총리, 곧 주한 美대사 회동”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가운데 국정 운영은 갈수록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태 이후 엿새째인 9일도 사실상 마비 상태를 이어갔고 국무총리실 역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출근하는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칩거 상태에 들어가면서 한 총리가 국정 운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공개 일정 없이 칩거를 이어갔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대수비)가 열렸지만 이날은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이어왔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도 취소됐다.

 

대신 전날 연기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만 이날 오전 간략히 진행됐다. 회의에선 주요 수석실별로 진행 중인 현안 등에 대한 점검 등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등 정무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이번 사태의 수습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는 방침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라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에 따른 폐기나 한 총리와 국민의힘 한 대표의 공동 대국민 담화문 발표 등 정치적 이벤트들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은 행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고, 6일에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후임으로 오호룡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임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통상 장·차관급 인사의 경우 대통령실이 공지해왔지만 이번엔 각각 행안부와 국정원을 통해 언론에 공지됐다.

 

대통령실 직원들이 수사에 대비하는 모습이 속속 포착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직원 이름으로 등록된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재가입했다는 알림이 속속 떴다. 이날 대통령실 청사 쓰레기장에는 파쇄 문서가 평소보다 많았다. 내부 직원들끼리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업무 중 향후 문제가 될 것들은 없는지 점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발생한 경북 경주 감포항 인근 해상의 어선 전복 사고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한 총리가 이날 오전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긴급지시를 내렸다.

“공무원은 누구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까” 한 공무원이 9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정문 앞에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전국의 공무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당대표 중 누구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까”라고 묻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정 수습에 집중하고 있는 총리실도 언론 대응을 자제하며 ‘로키(Low-key)’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한 총리와 한 대표의 공동 대국민 담화에서 두 사람이 공동으로 국정 수습과 운영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총리실은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총리실은 정국 공동 운영 내용이 한 총리 담화문이 아닌 한 대표 담화문에 담긴 내용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동 국정 운영은 한 대표 발언 부분이었고 총리 발언도 아닌데 그와 관련해 총리실이 말하는 게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위헌’ 지적과 관련해서도 “대응이 필요하면 여당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도 “한 대표와 담화문을 같이 발표했다고 해서 한 대표가 하자는 걸 다 한다는 건 아니다. 그래서 담화문도 두 개로 따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내분 조짐이 불거지는 가운데 총리와 한 대표 간의 공동 국정 운영 구상도 완전한 단합이 이뤄지지 않으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상황에서 군 통수권이나 인사권, 외교권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있고 총리가 대행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한 총리가 한 대표와 함께 국정을 공동 운영해나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총리실은 현재 한 총리가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각 부처에 수습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국정 안정에 힘을 쏟는 것은 헌법상 총리에게 보장되는 ‘행정 각부 통할권’에 기반한 것일 뿐 대통령을 대신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TBS TV 계열 한 매체는 한 총리가 조만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총리는 골드버그 대사를 만나 비상계엄 사태 수습방안 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미 고위 당국자 간의 회동이 사전에 일본 언론에 보도 된 경위다.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 1순위인 총리실 내 보안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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