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위기를 비중 있게 다루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역사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일본에 유화적이었던 윤 정권과 달리 비판적 성향이 강한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이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주재 객원논설위원은 9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한국의 계엄 사태를 두고 “윤 대통령이 물러날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정도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한·일 관계가)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은 큰일이 난다”며 “여당은 대실패했기 때문에 정권 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일본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선 ”정말 허술했다. 잘도 뭔가를 하려 했던 건가”라며 “야당을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해서 계엄령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국회 주변에서만 시위가 있다. 서울 중심가에는 아무 일도 없기 때문에 평상시처럼 지내고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사퇴가 늦어지고 여론의 불만이 쌓여 시위가 확대되면 여행객들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정권은 집권 이후부터 일본과 협력을 중시하는 자세를 유지해왔다. 일본 정부는 윤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일제강점기 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 문제 등을 차례차례 해결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윤 정부의 동의를 받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가 엮여 있어 국내에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정권 때는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한국 야당 주도로 만들어져 지난 4일 공개된 탄핵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는 문구가 포함된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해당 신문은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를 추진해온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과 외교안보 정책의 타당성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같은 날 “한국 정치가 갑자기 혼란에 빠져 개선 흐름을 타던 한일 관계의 앞날을 전망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일관계를 우려한다는 일본인도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K는 지난 6~8일 122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 26%가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어느 정도 우려한다는 답변도 40%에 달했다. 우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는 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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