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사전 준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는 사전기획하고 준비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선 다른 부분이 나왔다.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육군 소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여 전 사령관이 지난 1일 북한 도발을 이유로 방첩사 주요 간부들에게 지시대기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이 참모장은 “3일 오전에 일단 제가 받은 지시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음주자제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은 지난 3일 여 전 사령관이 경기도 과천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있는 전산실 서버의 복사 및 확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가고 이 지시는 누가 내린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질의에 “여인형 사령관께서 저에게 구두로 지시했다”고 답했다.
정 처장은 3일 오후 11시 40∼50분부터 약 30분 간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명령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정 처장은 “법무실에 들어갔을 때 (법무관) 7명 전원이 서 있었다. 계엄법을 포함해 각종 자료를 들고 있으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현 상황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위법성 사전 증거자료를 어떻게 하느냐부터 시작해 논의를 했다”며 “서버를 카피(복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 압수수색영장이 없다는 상황에서 법원에서 증거에 대한 효력이 있느냐도 논의됐다”고 말 했다.
계엄사령관 역할을 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만났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계엄 당일 오후 4시에 어떤 일정이 있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질의에 “현안 토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현안 토의를 누구와 했느냐는 질의에 “(김용현 전) 장관님하고”라고 답한 박 총장은 장관과 누가 만났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저하고”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토의를) 둘이 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박 총장이 김 전 장관과 둘이 만났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 관계자는 박 총장이 지난 5일 국방위에서 “계엄 당일 오후에 현안보고 드린 거 한 번 있었다”고 발언해 이번 회의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며 당시 현안보고는 일반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육군참모총장의 주 근무지는 계룡대 육군본부다. 계엄 선포 당일이던 3일 박 총장의 공식 일정은 오전 제2작전사령부 예하 지역 야전부대 교육훈련 현장 지도, 오후 2시 30분 서울 육군사관학교 교장 이·취임식 행사였다.
박 총장은 3일 저녁 식사를 육군총장 비서실 인원들과 함께했는데, 국방부 청사와 인접한 육군회관에 있는 서울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했다.
박 총장은 “(3일 오후 4시에 김 전 장관에게) 현안 보고를 드리고 나올 때 (장관이) ‘21시 40분에 장관 대기실에 와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바로 (계룡대로) 내려가지 않았다”며 서울에서 저녁을 먹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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