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2번째 통화’ 내용 질문엔 답변 거부
“김용현은 ‘의원 150명 안 넘게’ 지시”
여인형, 北 도발 빌미 비상 대기 지시도
軍 지휘관들 내란 책임 충암파에 전가
野 “계엄군 선관위 수원연수원서 대기
의원들 강제 수용하려고한 정황” 주장
김병주 “여인형, 올 3월 계엄시행 계획
작전명 ‘충성8000’ 훈련 집중적 실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중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2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는 국회 본회의장에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하는 등 사건 당일 내란 공모자들의 언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특전사 예하 1·3·9공수특전여단, 707특수임무단의 병력을 동원하고 7·13공수특전여단 병력을 대기시킨 핵심 인물이다. 이날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군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육군 중장) 등 이른바 충암파에 전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전 특전사령관 “윤 대통령, 전화 두 차례”
곽 전 사령관은 국방위원 현안질의에 출석해 ‘대통령과 한 차례가 아니라 두 차례 통화한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추궁에 “두 차례 통화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지난 6일 특전사에서 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을 만나선 비상계엄 선포 때 윤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으며, 특전사 병력 위치를 물어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곽 사령관은 두 번째 통화 내용에 대해선 수차례 질문에도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답변을 거부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엄중한 지시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 전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도 인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제가 (특전사) 전투통제실에서 비화폰을 받으면서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이 위(국방장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는 계엄 세력이 당시 국회 본회의장 무력 폐쇄를 통해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정원(300명) 과반수의 입장을 차단하려고 했음을 시사한다.
◆북한 도발 빌미 비상 대기 지시도
계엄 세력은 북한 도발을 이유로 군의 최고 보안수사기관이자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방첩사 간부들을 대기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경민 방첩사 참모장(육군 소장)은 “1일 여 전 사령관이 휴가 후 돌아와서 북한 도발 임박을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전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음주 자제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경기 과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 국군정보사령부 병력을 통솔하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도 김 전 장관이 3일 오전 10∼11시 “해당 주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 정도를 편성해서 대기시켜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후 당일 야간에 임무를 줄 수 있다는 지시가 다시 왔고, 이때는 ‘정부 과천청사 인근에 오후 9시쯤 대기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가 함께 왔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폐쇄회로(CC)TV에서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제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지시했고, (촬영한 사진은) 제가 받았다”고 말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4시쯤 현안 토의를 위해 김 전 장관과 둘이 만났던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3일 오후 4시 토의 이후 박 총장에게 “오후 9시40분에 장관 대기실에 와 있으라”고 지시했다.
◆“3월 충성8000 훈련 집중실시… 조직적 준비”
이날 국방위에서 야권은 제보와 보고문서 등을 바탕으로 ‘12·3 비상계엄’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준비되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경찰 인력 200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연수원 부근서 대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양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계엄군의 경우 4일 오전 1시8분에 수원연수원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버스 등에 대기하고 연수원 건물 내로 진입하진 않았다. 이들은 1시간여 대기하다 새벽 2시24분쯤 철수했다. 계엄군은 선관위 측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3일 오후 11시18분 수원연수원 앞에 도착해 4일 오전 7시에 철수했다. 이들은 연수원 정문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계엄군은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 ‘부정선거 수사’를 이유로 들어왔지만, 수원연수원에는 정보·전산시설이 없으며 생활관 규모는 1인실 17개, 2인실 80개로 총 177명이 수용 가능하다. 양 의원은 “당일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 수원연수원으로 강제 수용하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믿을 만한 제보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지난 3월 계엄 시행 계획인 작전명 ‘충성8000’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고 한다”며 “인원까지 보강하며 작전 단계별로 점검하고 사열까지 했다는 제보였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런 집중훈련은 무려 2주 동안 계속됐다. 당시 부대원들은 하루 이틀 간단하게 실시했던 평년과 너무나 다르게 훈련이 진행돼 의아했다는 평이 많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충암파 핵심이 계엄령을 몰랐다는 (여 전 사령관의 말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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