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서 범행 사용 추정 권총 나와
보험사 비판 자필 성명서도 확보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 밝혀져
지난주 발생한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프슨 최고경영자(CEO) 총격 살해사건의 용의자가 9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에 따르면 뉴욕경찰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앨투나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톰프슨 CEO 살해 용의자로 수배된 루이지 망지오네(26·사진)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망지오네는 지난 4일 오전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톰프슨 CEO를 총격,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된 망지오네는 살인, 불법 총기 소지, 위조 신분증 사용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망지오네는 5일간 경찰 추적을 따돌렸으나 그의 얼굴을 알아본 맥도날드 직원의 신고로 이날 오전 검거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맥도날드 매장에 도착했을 당시 망지오네는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탁자 위에 놓인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경찰관이 마스크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뒤 그의 얼굴을 식별하고 “최근에 뉴욕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묻자 망지오네는 급격히 조용해지며 떨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망지오네의 배낭을 수색한 경찰은 소음기가 달린 검은색 권총을 발견했으며 이는 범행에 쓰인 총기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권총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모아 제작, 일련번호가 없는 일명 ‘유령총’(고스트건)으로 파악됐다고 조지프 케니 뉴욕경찰청 수사과장은 설명했다.
망지오네는 그의 범행 동기를 추론할 수 있는 ‘성명서’도 휴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3쪽 분량의 자필 성명서에서 미국 의료보험사들이 “의료서비스보다 이윤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하며 분노를 드러냈는데, 제시카 티시 뉴욕경찰국장은 해당 성명서가 “망지오네의 (범행) 동기를 대변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 성명서에 “이 기생충들은 그럴 만한 짓을 저질렀다”, “모든 갈등과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다”는 등의 문장이 담겨 있다고 수사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망지오네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허리 부상에 시달리다 척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범행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데 따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망지오네는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비리그 졸업생이다. 그의 가족은 450만달러(약 64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단을 운영하며 요양원 체인과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고, 공화당 소속인 니노 망지오네 하원의원(메릴랜드)이 그의 사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망지오네 역시 볼티모어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 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사교적이고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이라는 지인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미국 내에서는 그를 ‘영웅화’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보험금 지급 거부율을 갈수록 높여가는 미국 보험업계를 향한 분노가 사회에 팽배하다 보니 망지오네를 향한 동정 여론도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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