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안팎 계엄 직권조사 요구
안창호 위원장 ‘묵묵부답’ 일관
안건 상정에도 끝내 결론 못내
“인권 전담기구 역할 방기” 비난
尹 임명 행위 부적절 논란 속
박선영 진화위원장 결국 취임
“출근 저지가 헌정유린” 주장도
“헌법을 유린하고 반란을 획책한 윤석열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을 거부한다.”
“계엄에 침묵하면서 어떻게 인권을 논할 수 있나.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는 퇴진하라.”
10일 오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앞과 제76회 세계인권의날 기념식이 열린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행사장에선 각각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과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거세게 규탄하는 집단행동이 일어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인권 문제’를 대표하는 이들 두 국가기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인권위에 대해서는 안팎의 비상계엄 사태 직권조사 요구에 침묵해 인권전담기구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진실화해위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 위원장 임명 행위가 비상식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인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는 박 위원장 취임식이 열린 10일 오전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위원장 임명은 헌정 유린, 반란 수괴로서 자격도 없는 자가 단행한 인사”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하루 앞두고 있던 6일 박 위원장 임명을 재가한 만큼 인사의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박선영은 윤석열의 계엄에 동의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댓글을 다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반란 수괴에게 동조했고,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며 “독재정권의 위법한 권력 행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진실화해위에 이러한 역사 인식과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가 중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취임식 전 진실화해위 사무실로 들어가 박 위원장의 출근을 저지하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면서 한동안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이들을 피해 지하통로를 통해 건물로 들어갔다.
박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위원회가 균형 잡힌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이고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정 유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변·참여연대 등 522개 시민사회·연구자단체는 이날 시민 1만4512여명이 동참한 성명을 내고 박 위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전국 36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권의날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의견표명에 반대하는 안 위원장과 김용원·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의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이를 자행한 이들을 꾸짖어야 할 인권위원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6일 인권위 전 위원장들과 상임·비상임위원들은 “인권위의 침묵은 대통령의 폭거를 간접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인권위의 입장 표명과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직권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전원위원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됐지만 위원들 간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동행동은 회견을 마친 뒤 항의 피켓을 들고 안 위원장의 기념식 참석 저지를 시도했다. 안 위원장은 이들의 저지로 시작시간을 넘겨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날 오전 전국 31개 대학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발족했다. 이들은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을 지켜보며 각 대학 시국선언 제안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퇴진을 위해 더 상시적인 소통을 논의할 단체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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