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중국어선 선장 흉기에 스러진 삼남매 아빠 [그해 오늘]

故이청호 경사, 순직 인정…1계급 특진
중국인 선장 “숨진 이 경사·유족 죄송”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교육원 충혼탑에 있는 故 이청호 경사 흉상. 해양경찰청 제공

13년 전 오늘,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해양경찰 故이청호(당시 41세) 경사가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2011년 12월 12일 새벽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에서 남서쪽으로 87㎞ 떨어진 해상에서 해경은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루원위 15001호에 대해 나포 작전을 펼쳤다.

나포란 ‘배타적경제수역어업주권법’,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위반한 외국어선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배타적경제수역과 영해침범을 나눈 이유는 적용 법 조항 및 처벌 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인천해경 3005함을 타고 근무하던 이 경사는 조타실로 투입돼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당시 42세)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고 후송 중 과다출혈로 숨졌다.

삼남매의 아버지였던 이 경사의 유족은 당시 37세 부인, 14세 중학생 딸, 12세 초등학생 아들, 10세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두산그룹 연강재단은 이 경사의 세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지원했다.

이 경사는 순직이 인정됐고 당시엔 경장이었으나 1계급 특진해 경사가 됐다. 정부는 대한민국을 위한 고귀한 희생과 공로를 인정하여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 경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인천해경부두와 월미공원, 해양경찰교육원 등에 흉상을 제작했다.

흉상의 주소지는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동 1가 인천해경부두,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29 월미공원,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로 122 해양경찰교육원 충혼탑이다.

무허가 어선 불법조업 특별단속 모습.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당시 청 선장은 “숨진 이 경사와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 선장에겐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23년으로 감형됐다.

이후 불법조업 외국어선 사법처리 강화 및 국제법을 반영한 국내법 개정·벌칙조항(벌금) 상향 등 우리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불법조업 외국어선은 감소 추세다.

이날 해양경찰청 내부자료에 따르면 2015년 378건까지 치솟았던 외국어선 나포건수는 2023년 54건으로 감소했다.

다음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경찰관으로 정년퇴임하고 한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경순 전 총경이 쓴 故이청호 경사의 추모시 전문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파도가 높은 날은

푸른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끝내

다시 돌오지 못하고 바다가

되어버린 그대를 꿈에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아침 해 눈부신, 그 가슴 벅찬

출항은 마지막 출항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조국 사랑의 마음

잘 이어받겠습니다.

해맑은 당신의 웃음소리

다시 듣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파도가 높은 날은

그대가 유난히 더 그립습니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