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습니다.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어요. 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수상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작가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 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며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 묻는 질문에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년이 온다’가 오월 광주를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 10∼15세의 다문화 학생 100여명과 만나 문학을 주제로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강은 학생들에게 “나의 작품을 많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끌어내 나눠줘 정말 감동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주일간의 노벨 시즌을 마치고 다시 글을 쓰는 일상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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