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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가결… 대통령 직무정지

입력 : 2024-12-14 19:12:50 수정 : 2024-12-14 19: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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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세 번째…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
여당도 찬성 12표… 비상계엄 선포 11일 만에
헌재 인용 땐 이르면 2025년 4∼5월 ‘벚꽃 대선’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민심의 물결이 14일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로 보냈다. 윤 대통령이 3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한밤중 기습 선포한 지 11일 만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 탄핵안 가결 요건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4표 차이로 넘긴 극적인 통과였다. 야6당과 우원식 국회의장 등 192명 외 국민의힘에서도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기권·무효표를 고려하면 여당 이탈표는 23표로 분석된다. 당초 국민의힘은 표결엔 참석하되 ‘탄핵 반대’로 뜻을 모았으나, 윤 대통령 탄핵을 열망하며 국회 앞을 빼곡히 채운 민심의 열기를 끝내 거스르지 못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각 정지됐다. 현직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다.

 

대통령 직무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대행은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한다. 한 대행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오로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자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은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가결됐다. 최상수 기자

이날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인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를 전하며 “1980년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의 우리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44년 전 고립무원의 상황에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용기가,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며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여당을 향해 찬성 표결을 독려했다.

 

탄핵안에는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국헌 문란의 내란범죄 행위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법 침입 △국회의원, 언론인 등의 불법체포 시도 등이 주요 탄핵사유로 적시됐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헌재)로 넘어갔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헌재에 접수하면서 공식적으로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사 격인 소추위원을 맡아 윤 대통령 측과 법리 다툼을 벌이게 된다. 탄핵심판 결과는 180일 이내에 나오도록 헌법재판소법은 규정하고 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회 관계자 등이 14일 국회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대선의 시곗바늘도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63일 만에 기각됐고, 그해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탄핵안이 인용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두 달 후 열린 조기대선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고, 이듬해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새누리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연전연패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인용을 전제로 할 때, 내년 4월∼5월 ‘벚꽃 대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오전 10시 무렵부터 촛불과 응원봉, 깃발 등을 손에 들고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위헌·위법적 계엄 선포가 내려진 3일 이후, 정치권을 넘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를 이끌었다. ‘촛불민심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러한 민심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진한 여당엔 분열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고 당이 분열해 정권을 빼앗겼다는 ‘탄핵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동했다. 당초 한 대표 역시 이러한 기류에 탑승해 ‘탄핵반대·조기퇴진’을 주장했으나, 윤 대통령이 하야를 수용할 뜻이 없다는 것이 전해지자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김상욱·김예지·김재섭·안철수·조경태·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친한(친한동훈)·비윤(비윤석열)계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향후 조기대선 후보군을 둘러싼 친한계와 친윤계와의 당권 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며 조기대선 준비에 착수할 전망이다.


김나현·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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