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규모 루마니아원전 개·보수
원자로 계통 통째 새 것으로 바꿔
글로벌 시장서 기술력 인정 받아
해외 계속운전 프로젝트 첫 참여
전세계서 239기 달해… 수요 많아
유럽 시장 추가 진출 발판 기대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이 2조80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신규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해외원전 계속운전 프로젝트에 한국이 처음 참여하게 되면서 개·보수 경쟁력을 입증했다.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원전 개·보수 시장으로의 추가 진출이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과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수의계약 논의를 시작한 뒤 16개월 만이다.
이번 사업 수주는 첫 해외 원전설비개선 사업 참여이자, 2022년 8월 이집트 엘다바에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 등 3조원 규모의 원전 시설 건설사업 수주에 이은 대규모 원전 수출이다.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1호기의 노후화된 기기 교체 등 설비를 개·보수한 뒤 2030년부터 계속운전을 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물색해 왔다. 계속운전이란 최초 운영 허가기간이 끝난 뒤에도 안전성 검증을 거친 뒤 추가로 가동하는 것을 말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우리나라 월성 원전과 동일한 캔두-6형 중수로형 원자로로, 1996년 운전을 시작해 2027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다.
체르나보다 1호기의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고,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등 여러 인프라 시설을 새로 짓는 등 대대적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한수원은 주기기 교체 등 시공 총괄과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등 주요 인프라 시설 건설을 담당한다. 한수원의 계약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다. 한수원의 협력업체로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시공·건설에 참여할 예정이다.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담당한다. 내년 2월부터 공사에 착수해 약 65개월 동안 설비 개선을 수행할 계획이다.
사업 수주 성공은 중수로 공급사인 캔두 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다 한수원의 중수로 설비 개선 경험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수원은 월성1호기 설비개선 작업 당시 압력관, 터빈·발전기 구성품, 제어용 전산기 교체 등을 27개월 만에 끝냈다. 반면 이와 동일한 노형 원전 압력관 교체에 캐나다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46개월, 37개월이 걸렸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이 50여년간 축적한 운영·정비 분야 기술력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체르나보다 원전 리모델링 사업은 신규 설비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원전 438기 중 54.6%인 239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원전 계속운전이 늘면 개·보수, 운영·정비, 핵연료 등과 관련한 원전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주요 원전 공급국들은 과거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원전 설비 제조 능력이 약화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총 34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원전 설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이 개발한 다양한 노형을 운영하고 유지 보수한 경험도 있다.
업계에선 이번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가 유럽 원전 시장 진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는다. 현재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본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정이 협상에 부정적 영향이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던 중 유럽국과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체코와의 협상도 지속할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K원전은 폴란드와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의 신규 원전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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