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산타’ 동심 자극… 연말 ‘크리스마스 마케팅’ 뜨겁다

호텔·유통업계 특수 살리기 주력

워커힐 ‘산타 키즈 빌리지’ 프로모션
어린이들, 키링 만들기 등 미션 수행
롯데백화점 15개 점포도 산타 이벤트
호텔선 선물 미리 맡기면 ‘배달 서비스’
고물가속 얼어붙은 소비 심리 살리기

나는 항상 한국의 작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깊은 사랑과 따뜻함, 그리고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거요.

거구의 몸집에 고불거리는 은빛 수염, 코끝까지 내려쓴 안경.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하늘을 날아 서울 아차산 자락을 찾은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와 만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 찍고…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2024 산타 키즈 빌리지’에서 어린이들이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와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그가 북유럽 숲이 아닌 아차산에 온 것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리는 ‘2024 산타 키즈 빌리지’ 행사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를 포함한 ‘핀란드 산타 재단’ 소속 산타클로스들은 2015년 워커힐과 공식 라이선스 파트너 계약을 맺고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해 크리스마스마다 한국을 찾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야외 피크닉 공간인 ‘포레스트 파크’에 ‘흰 눈이 덮인 숲’을 테마로 열리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했다. 커다란 텐트 안에서 산타클로스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일은 항상 즐겁다”며 “특히 한국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건 일 년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동화 속에서만 보던 ‘진짜’ 산타클로스를 마주하자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이내 새어나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빨간 선물자루에서 꺼낸 선물을 받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산타클로스를 만난 뒤에도 어린이들은 ‘스노우 미로’, ‘키링 만들기’, ‘산타에게 편지쓰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마시멜로를 굽거나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며 미리 온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워커힐 관계자는 “올해 1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를 만날 예정”이라며 “매년 자녀들의 동심을 채워 주려는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약이 조기 마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 받고…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롯데백화점 핀란드 공식 산타 초청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워커힐 외 다른 호텔·리조트와 유통업체들도 ‘산타 마케팅’이 한창이다.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마련하며 연말 특수 막판 불씨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통가가 산타클로스와의 대면을 미끼로 한 행사를 앞다퉈 개최하며 어린이들의 동심을 충족시키려는 데는 고물가 장기화와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저출산 시대 자녀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 소비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연중 선물 수요가 가장 높은 크리스마스 직전에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 일정을 선점하려는 ‘눈치작전’도 벌어진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핀란드 공식 산타가 본점과 잠실점, 인천점 등 총 15개 점포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도 지난 6일부터 사흘 동안 핀란드 산타가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호텔 업계는 산타클로스가 객실로 선물을 배달하는 행사를 선보인다. 파라스파라 서울에선 리조트 로비에서 북한산을 찾아온 산타클로스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사전에 예약한 투숙객 대상으로는 산타클로스가 객실로 직접 찾아가 아이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 딜리버리 이벤트’도 진행한다. 롯데호텔 제주에서도 자녀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맡기면 호텔의 산타클로스가 예약된 시간에 맞춰 아이들에게 직접 선물을 전달해 준다.

권이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