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 수출 기업 33% “수출 감소”
수출 ‘수도권 쏠림’ 현상도 역대 최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보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셋 중 하나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올해 우리 수출기업의 ‘수도권 쏠림’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9∼30일 2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40개)의 32.5%가 내년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고 밝혔다. 감소율별 전망 비율은 △‘10% 이상’ 2.5% △‘5∼10%’ 10% △‘0∼5%’ 20%로 집계됐다.
나머지 67.5%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0∼5% 증가율을 예상한 기업(32.5%)이 가장 많았고 이어 5∼10%가 27.5%, 10% 이상이 7.5%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비 내년 수출 증가율 변화와 관련한 질문에는 42.5%가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내년 수출 전망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수출로 인한 경쟁 심화를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뒤를 이었다. 특히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이미 국내 업체와 비슷하거나(33.3%), 우려스러운 수준(49.7%)이라고 답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의 경우 39.5%의 기업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의 비율(47.4%)이 더 높았다. 그 근거로는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이 더 높아 상대적 경쟁력 개선(32.2%) △대미국·중국 수출 금액이 많지 않은 점(26.1%) △확고한 제품 경쟁력·수요(17.4%) 등이 언급됐다.
내년 해상운임이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수출기업의 부담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화주사·해운선사 등 413명을 대상으로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9.8%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응답은 34.6%, 하락할 것이란 응답은 23.6%였다.
수출·물류업계는 중동사태 장기화(21.9%)와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 조절(21.8%) 등이 내년 해상운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도 우려했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를 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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