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탄핵촉구 집회 참여 주목
가결날 국회앞 참여 비중 8.3%
60대比 많아… 연단 발언도 적극
일부 학교 학생들에 학칙 이유
SNS서 시국 선언문 내리게 해
논란 일자 “조속하게 규칙 개정”
일각 “성인들 의한 참여 안 돼”
“우리를 보고 ‘귀엽다’, ‘기특하다’고 하지 말아달라. 우리도 엄연한 정치 참여 주체다.”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10대라고 밝힌 한 여학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영하권의 강추위에도 이날 집회에는 K팝 가수의 응원봉을 든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기 수원에서 친구와 함께 온 이유진(16)양은 “12·3 계엄사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고 화가 나서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며 “청소년들도 잘못된 건 바로잡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 청소년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14일 오후 5시 서울시와 KT의 중계기에 잡힌 모바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20대가 24.6%로 가장 많았고, 10대는 8.3%로 60대(6.5%)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청소년단체들에 따르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시국선언엔 사상 처음으로 5만명(청소년 4만9052명, 비청소년 950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14일 서울 은평구의 한 고교는 ‘정치관여금지’ 교칙을 근거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는 학생 168명의 시국선언문을 SNS에서 내리도록 요구했다. 해당 학교 학칙은 ‘정치 관여 행위(공직선거 참여 제외)’를 한 자에 대해 출석정지, 퇴학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학교 측은 당초 “학생들을 외부 정치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막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고교는 19일 입장을 바꿨다. 학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지침을 상세히 살펴보니 2022년 4월에 개정된 지침이 내려왔는데 그때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며 “현재는 규정이 잘못돼 있어서 완전히 삭제하고 다시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내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학교생활규칙 개정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2020년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후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정치활동 제한 학칙의 개정을 요청했지만, 상당수 학교가 ‘정치관여행위 금지’ 조항은 그대로 둔 채 ‘공직선거참여 제외’라는 단서만 추가하는 데 그쳤다.
교육계에선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이 성숙했다며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영 활동가는 2022년부터 정당 가입 연령이 만 16세로 낮아졌음에도 학교가 투표 참여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해 청소년의 자율적 판단능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020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만 16세 청소년의 선거운동 참여 사례에 대해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선거운동을 제한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은 학교에서 정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냐의 문제”라며 “청소년들이 헌정 사상 유례없는 12·3 계엄사태에 대해 목소리 내는 건 막을 필요가 없지만, 특정한 입장을 가진 교사나 성인들에 의해서 이런 목소리가 유도되는 건 안 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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