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21세기에 상상 못 할 비민주적 상황”

퇴임 앞둔 골드버그 주한 美대사
국회 찾아 여야 대표 잇따라 예방
“한·미·일 협력관계도 지속” 강조

여야 대표가 23일 필립 골드버그(사진) 주한 미국대사를 연이어 만났다. 이들 모두 탄핵 정국 속 ‘흔들림 없는 한·미 관계’를 약속한 가운데 골드버그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21세기에 저희가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만남은 골드버그 대사의 내년 1월 주한대사 퇴임을 앞두고 송별 인사 성격으로 마련됐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골드버그 대사를 만나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혼란도 결국 민주주의 가치, 자유민주진영의 강고함을 전세계에 경험적으로 보여주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한·미관계도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전세계 자유민주진영의 국가들 중에서도 미국 정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도움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 대한민국도 자유민주진영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다 해나갈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 협력관계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기 대선 후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한·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단 외신 등의 평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에 “대표님께서 모두 발언에 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만 한·미·일 3국 간 관계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 말씀하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1세기에 저희가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비민주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여러 정치적인, 법적인 헌법적 사안의 무게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같은 정치·헌법적인 절차가 잘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 대표에 앞서 골드버그 대사를 만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미국 등 전 세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이끌고 있으며, 국민의힘도 집권여당으로서 한·미 관계에 공백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 및 조야와 강력한 한·미 동맹을 위해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에 “국회의사당에 오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그 역할을 되새기게 된다”며 “여야 지도부와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이익, 목표, 가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무엇보다 70년 넘는 시간 동안 한반도와 그 너머 평화·안전을 보장한 한·미 동맹에 대한 철통 같은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최우석·유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