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2차 출석요구에도 거절
김용현, 접견조사·서면질의 거부
尹측 “내란선전 선동죄로 몰아”
이재명 대표 등 무고 혐의 고소
국수본, 비화폰 서버 보존 요청
공범 혐의 추경호 26일 출석 통보
서울청장 “尹이 준 문건 파쇄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성탄절인 25일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7일)거나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12일)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23일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에 발송한 출석요구서는 ‘수취인 불명’, 대통령 관저로 보낸 요구서는 ‘수취거절’인 것으로 현재 시점 우체국시스템상 확인된다”며 “전자공문도 미확인 상태”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본은 앞서 20일 이 세 곳에 특급우편과 전자공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공수처 차정현 부장검사의 명의로 작성된 출석요구서에는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16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출석요구서와 탄핵 심판 관련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수취 거부 사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두세 차례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체포 가능성에 대해 “공수처와 협의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수취 거부로 일관하는 것은 탄핵심판 지연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사와 탄핵심판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연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2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여론이 반전되면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지지세력을 결집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관련 수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도 “내란죄가 아니다”는 여론전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민주당 이 대표 등을 국수본에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석 변호사가 19일 “예고하는 내란이 어디 있냐. 윤 대통령이 내린 계엄령은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내란 행위를 정당화한다”며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하자 맞고소로 대응한 것이다.
석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해당 발언은) 이미 종료된 과거의 계엄령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한 것일 뿐, 내란 행위를 선동하거나 선전한 사실이 없음에도 (민주당이) 내란선전 선동죄로 몰았다”며 “내란죄의 성립에 관해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견해를 말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검·경·공수처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며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수본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윤 대통령과 통화할 때 쓰던 비화폰 관련 서버에 대해 자료 보존을 요청하는 공문을 경호처와 대통령비서실에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국수본은 앞서 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대통령경호처는 보안상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국수본은 박종준 경호처장 외에도 대통령실 관계자 2명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하고, 군 주요 관계자 25명이 썼던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분석 중이다. 또한 내란 공범 혐의로 고발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게 26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국수본은 이날 구속 상태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접견 조사 및 서면 질의를 하려 했으나 김 전 장관의 거부로 무산됐다.
한편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건네 받은 A4 용지 문건을 파쇄했다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건엔 ‘장악 기관’ 등이 적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백철기 육군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군 수도군단은 계엄 당일 방첩사령부로부터 구금시설을 비워달라며 미결수용수 이감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부대 중 하나다. 계엄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 중인 검찰은 수방사뿐 아니라 인근 군단의 구금시설도 추가로 점검하거나 체포자 수용 장소로 검토된 바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또 윤 대통령 등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구속 기간을 다음달 1일까지로 연장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 사령관은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