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 “현역 시절 윗선에 충성” 평가
김 前 장관 육사 후배… 평소 친분 자랑
진급·보직 미끼 계엄 지시 전달한 듯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개입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퇴역한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을 사전에 기획하며 현역 군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친분과 학연·지연 등 비공식적 관계가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군 내부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으나 선배나 상관을 모시는 재주는 뛰어났다고 한다. 처음엔 보병병과였으나 소령 때 정보병과로 옮겼는데도 국가정보원·청와대 파견 근무를 거치면서 장군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정보사령관 시절인 2016년 8월 정보사 소속 잠수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순직했지만, 노 전 사령관에겐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육사 출신 선배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권이 바뀐 후인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시절 부하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 2심에서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노 전 사령관은 불명예 전역한 이후에도 정보사 주변을 맴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적 문화가 강한 정보사의 특성상 ‘선배’의 입김이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와 더불어 군사정보활동비(특수활동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군사정보 관련 예산은 기밀로 분류되므로 외부에선 편성 이유나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2022년 5월 대통령실 경호처장에 임명된 것은 노 전 사령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노 전 사령관은 예전에도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장관이 1989년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노씨는 같은 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김 전 장관이 2007~2008년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했을 때 노 전 사령관도 비서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급과 보직 등 인사에 예민한 현역 군인들에게 인사권자인 김 전 장관과 가깝다고 알려진 노 전 사령관의 말은 무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 전 사령관도 이 같은 점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 전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령부 100여단에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김봉규 정보사 심문단장, 구삼회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등이 모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구 여단장은 최근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 전 사령관이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급·보직을 언급하며 “김 전 장관의 뜻”이라며 계엄 관련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은 고향(대전)이 같고, 육사 선후배 관계다. 문 사령관은 지난 상반기 정보사 블랙요원 기밀유출과 하극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지난 9월 김 전 장관이 부임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장관은 “노상원의 지시가 내 지시”라고 문 사령관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권을 쥔 김 전 장관의 말을 경질 직전까지 갔던 문 사령관이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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