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안 되면 盧 일가 재단이 그룹 계열사 편입
“난감한 상황 피하려는 조치일 것” 관측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대법원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확정증명을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혼인 관계가 유지되면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법인이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재판부에 확정 증명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이 재산 분할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혼 확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배우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법인을 계열회사로 신고하도록 규정한 현행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두 사람 간 혼인 관계가 유지되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규정에 따라 계열사 신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 노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운영하는 법인을 계열사로 신고해야 한다.
동일인이나 법인이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권이 없는 최 회장 측 입장에선 노 전 대통령 일가 재단의 지분변동 등 관련 내용을 일일이 파악해서 신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노 관장 측의 자료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혼소송의 쟁점은 재산 분할이고, 양측 모두 이혼 자체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이혼 확정을 먼저 해달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관장 측은 “재산 분할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혼만 확정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지난 6월 항소심 선고 이후에도 이혼 확정증명을 신청했지만, 당시 재판부가 이를 반려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가 지배력을 행사하기는커녕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법인도 일단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동일인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법인이 SK그룹 계열사로 포함되는 것을 회사 측은 물론, 주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나 자본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는 비현실적인 제도는 숙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 관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부동산 인도청구 소송에 패한 뒤 SK서린빌딩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노 관장 측이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SK서린빌딩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사무실을 비우고, 그동안 밀린 임대료(10억4000만원) 및 이자, 인도 시까지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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