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과정에서 VIP 고객에게 불편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백화점 전체 매출에 막대한 영향…지나친 단속은 부담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0) 씨는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게시물을 발견했다.
한 사용자가 "○○백화점 VIP 등급 실적 대행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특정 금액을 대신 결제해주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결제 내역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씨가 해당 판매자에게 문의하자, 판매자는 "백화점 VIP 고객이 되려면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구매를 대행하거나 가상으로 실적을 채워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VIP 등급 유지 시 받을 수 있는 혜택(무료 주차, 상품권, 할인 행사 초대 등)을 강조하며 거래를 독려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 명품 정보 교환 사이트 등에 백화점 VIP 실적을 거래하는 게시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VIP 선정 기준을 충족하려는 소비자와 이미 VIP 실적을 달성했거나 고가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실적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리셀러(명품 재판매 업자)들까지 구매 실적을 판매해 추가 수익을 챙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적 판매자는 결제금액의 3∼5%를 현금으로 받고, 연말에는 1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500만 원 실적은 10만~20만 원, 1000만 원 실적은 30만~50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식이다.
이 같은 실적 거래가 확산하자 주요 백화점들은 VIP 선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VIP 선정 기준 금액을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최고 등급 요건도 변경했다.
부정 거래를 막기 위해 타인의 영수증을 통한 사후 적립을 차단하거나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관리 방안을 도입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024년부터 영수증 부정 적립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들은 인터넷 카페와 중고거래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며 계도를 진행하고, 비정상 매출로 의심되는 거래를 선별해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 브랜드에서만 구매·적립이 집중되거나, 결제 취소 후 재결제가 빈번한 경우 등이 그 대상이다.
적발 시 VIP 자격 정지나 박탈, 다음 연도 VIP 선정 제외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개인 간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적 거래가 성행하는 또 다른 이유는 VIP 혜택의 매력 때문이다. 주요 백화점 VIP는 등급에 따라 발레파킹, 무료 주차, 전용 라운지 이용, 기념일 및 명절 선물, 퍼스널 쇼퍼 서비스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받는다.
문제는 단속 과정에서 VIP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상위 VIP 고객은 소수이지만 백화점 전체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나친 단속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부정 실적 거래로 인해 VIP 자격이 박탈된 사례는 없지만, VIP 주차권이나 라운지 입장권 거래가 적발돼 경고를 받은 사례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가 자칫 불법적인 요소를 내포할 수 있으며, 백화점의 정책 위반으로 VIP 자격을 잃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연말이 가까워지며 VIP 혜택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명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러한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백화점 VIP 실적 거래 문제가 연말마다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연말 소비자 주의사항
-개인 정보 보호, 검증되지 않은 거래 주의할 것.
-공식적인 혜택, 프로그램 이용을 우선시할 것.
-실적 거래가 아닌 합법적이고 정직한 구매 방식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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