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으로 영장청구 명분 갖춰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신분 부담
법조계 “법원도 발부할 가능성 높아”
경호처, 저지 나설 땐 공무집행방해죄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
“수감 각오 아니고선 조직적 불가능”
‘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2차 소환에도 불응하면서, 공조본의 주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공수처 앞엔 ‘3차 소환 통보’ 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 사상 첫 체포영장 청구’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아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향후 3차 소환 통보에도 불응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한다. 이 경우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막을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딜레마’ 공수처, 체포영장 청구할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조본은 이르면 26일 석동현 변호사가 예고한 윤 대통령 측 입장 등을 보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정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가 이날 “3차 출석 요구가 수사기관의 통상 절차”라고 밝힌 만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환 통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공조본의 2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공수처가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명분과 요건은 갖췄다는 분석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에 의한 체포가 가능하다.
공수처 입장에선 보다 강력한 조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에 대해 섣불리 체포영장을 청구하기 어려운 게 공수처가 처한 딜레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은 3차 출석 요구에 나설 공산이 크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또다시 불응해 공수처가 체포영장 청구 수순을 밟으면 법원이 발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소환 통보를 3차례 해도 피의자가 안 나와 수사 협조를 안 하면,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크다고 본다”며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 (내란 수괴란) 혐의를 부인하는 대통령의 태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좀 더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내란죄와 관련해 체포영장 청구권 자체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체포영장 집행 막으면 ‘공무집행방해’
공수처를 비롯한 공조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지키는 대통령경호처가 집행을 막거나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공조본에 참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1일에 이어 17일 윤 대통령과 조지호 경찰청장 간 비화폰 통화와 관련한 경호처 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경호처의 비협조로 결국 물러섰다.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건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경호처의) 어떤 개인이 ‘교도소에 바로 가겠다’는 각오로 그런 돌출 행동을 할 수는 있어도 조직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집행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체포영장은 압수나 수색의 강제 처분을 위한 압수수색영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소관 업무가 아니다는 식으로 거부할 수 있지만, 체포영장 집행에 따르지 않는 건 적법절차 위반이 명확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수처는 추후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영장 집행 방해 시 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경고 공문을 경호처에 보낼 수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를 이어 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전날 관저에서 한 교회의 목사가 주재하는 성탄절 예배에 참석했다. 이 예배에는 윤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교회 신도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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