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둔 북한이탈주민 여성 상당수가 돌봄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여성의 고용안정성은 탈북남성과 달리 1년 전보다 나빠졌고, 이들은 양육과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27일 남북하나재단은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13년 만에 처음으로 ‘자녀 양육과 돌봄’ 항목을 추가한 2024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탈북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맞춤형 지원에 필요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응답자 10명 중 8명가량은 자녀의 주 양육자가 ‘본인’(77.6%)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배우자‘(18.8%), ‘조부모‘(2.4%) 등이 이었다.
주 양육자가 본인인 이들 중 91.4%는 ‘여성’이었고, ‘남성’은 16.7%에 그쳤다.
미취학·초등학생 자녀의 돌봄 형태는 ‘본인이 직접 돌봄’이 51.2%로 가장 높았다. ‘보육시설(어린이집)’(30.8%)이나 ‘학원’(23.8%), ‘유치원’(17.4%) 등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이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자녀 양육 관련해 겪는 어려움에서는 ‘양육, 교육비용 부담’이 72.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양육과 경제활동 병행 어려움’(66.6%), ‘학습지도 어려움’(64.4%)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양육 관련 지원은 ‘경제적 지원’(55.3%)이었다. 돈 문제로 인한 압박이 워낙 크다 보니 ‘자녀의 발달과 교육지원’(17.4%), ‘긴급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10.9%) 등은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는 전체의 35.3%에 해당하며, 평균 자녀 수는 1.6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261.6만원으로 지난해(245.7만원)보다 15.9만원(6.5%) 상승했다. 일반국민과의 임금격차는 지난해보다는 3.8만원 줄었지만 여전히 51.2만원가량 존재했다.
탈북남성의 경제활동상태 주요지표가 모두 지난해보다 나아진 반면 탈북여성은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으로 고용불안정성이 높아졌다.
탈북남성의 고용률은 74.3%로 지난해보다 2.0%포인트 상승했고, 실업률은 3.0%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비해 탈북여성은 고용률이 지난해보다 1.2%포인트 감소한 55.4%,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증가한 7.7%로 나타났다.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2024년 실태조사에 ‘자녀 양육과 돌봄’ 분야 실태조사를 계기로 제3국 출생 및 남한 출생 자녀 규모 추정과 현황 파악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북한이탈주민 자녀에 대한 지원 확대가 추진되는 정책환경 속에서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탈북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이번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맞춤형 지원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는 1997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만 15세 이상의 북한이탈주민 중 2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보고서는 재단 홈페이지와 학술정보포털을 통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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