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솔로몬’은 없는걸까?… “네탓 공방만”

솔로몬의 재판은 솔로몬 왕의 지혜로운 판결로 유명한 일화다. 

두 여자가 갓난아기를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은 이렇게 판결한다.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니 아기를 반으로 갈라서 여인들에게 주라는 것이다. 이 때 진짜 어머니가 “제발 아기를 살려달라. 저 여인에게 주라”고 애원한다. 진짜와 가짜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진짜, 가짜 어머니를 구분한 솔로몬의 지혜가 돋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 일화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남에게 아이를 차라리 주겠다는 ‘희생’이 돋보인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이 초읽기에 들어간 정치 환경을 보면서 이 일화가 떠올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등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며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정국을 책임져야할 여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자신들이 합의한 헌법재판관들을 임명해선 안된다고 버티고 있다.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으로 역풍이 불기를 기다리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나서 ‘탄핵 불사’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정치가 절단날 것이라는 전문가, 국민들의 우려속에도 누구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탄핵을 한다”며 “내란을 완전 진압하는 그 순간까지 역량을 총결집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은 내란대행으로 변신했고 내란 수괴를 배출한 국민의힘은 헌정수호의 책임을 저버린 채 내란 수괴의 친위대를 자임하고 있다”며 “내란 진압만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지상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포·구금·실종을 각오하고 국회 담을 넘던 지난 3일 그날 밤의 무한 책임감으로 어떠한 반란과 역행도 제압하겠다”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옹위세력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 위기에 빠지면서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민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고해 주시기 바란다”며 “국가적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국무위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부총리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된 경제 시스템과 대외신인도가 또다시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글로벌 통상 전쟁이라는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원 ·달러 환율 급등에서 보듯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안보와 국민 경제, 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이 탄핵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탄핵돼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는 총 5가지의 탄핵 사유가 담겼다.

이중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방치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는 총리로서 행한 업무와 관련한 탄핵 사유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행한 업무와 관련한 탄핵 사유로는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적시됐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한권한대행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기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