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尹 등 관련자 기소 여부 결정
尹 사실상 ‘내란 수괴’ 판단 주목
金 변호인단 “픽션, 고소할 것”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사실상 판단했다. 검찰 특수본은 10쪽 분량의 보도 참고 자료에 윤 대통령의 발언, 역할, 지시 등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 영토 일부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 즉 내란으로 명명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장관의 공소장은 50쪽 넘고 100쪽은 안 되는 상당한 분량으로, 검사들이 가능한 팩트(사실)를 밝혀 보자는 의지를 갖고 열심히 수사한 결과를 담았다”며 “(윤 대통령 발언 등은) 인적·물적 증거를 통해 확인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해 윤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순 없지만, 향후 공수처 등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수사 결과를 송부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김 전 장관 수사 결과로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날 검찰 발표를 토대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2024년 3월 말∼4월 초경 삼청동 안가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만나 시국 걱정을 하며 “비상대권(국가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특별한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5∼6월 삼청동 안가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에게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말했다.
#8월 초경 한남동 관저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에게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언급하며 “현 사법 체계 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비상조치권을 사용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월1일 한남동 관저
윤 대통령은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마치고 직접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하며 비상대권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엔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 외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있었다(이하 ‘계엄 4인방’).
#11월9일 국방장관 공관
윤 대통령은 계엄 4인방에게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1월24일 한남동 관저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다”, “국회가 패악 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7년 3월쯤 방첩사령부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작성된 계엄령 문건과 과거 비상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11월30일 국방장관 공관, 한남동 관저
김 전 장관은 오후 6시쯤 공관에서 여 사령관을 만나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이런 거를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계엄을 할 수도 있다”, “계엄령을 발령해 국회를 확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자료를 확보해 부정선거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1시쯤 결심이 선 듯 두 사람을 관저로 불러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1일 한남동 관저, 안산 롯데리아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며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중 ‘야간 통행 금지’ 삭제만 지시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이날 경기 안산 롯데리아에서 정보사령부 김봉규 대령, 정성욱 대령과 회동했다. 노 전 사령관은 두 대령에게 “부정선거 의혹이 크다”, “선관위에 들어가야 한다”, “너희가 선관위 전산 서버실로 가면 된다”고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려줬다.
검찰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이 여 사령관과 문 사령관은 물론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에게 선관위 장악, 전산 자료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이 두 대령을 통해 선발한 정보사 요원 30여명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12월2일 한남동 관저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완성한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을 검토한 뒤 승인했다.
#12월3일 삼청동 안가, 안산 롯데리아
윤 대통령은 삼청동 안가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그에 앞선 2차 롯데리아 회동에서 구삼회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 김용군 정보사 예비역 대령을 만나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구 장군이 단장, 방 장군이 부단장을 맡으면 되고, 상황을 종합해 (김용현) 장관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정보사 계획처장인 고동희 대령에게 선관위로 출동하게 해, 고 대령이 보낸 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체포해 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정했다. 1차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정성욱 대령은 정보사 요원 36명에게 이 명단을 불러 주며, 포승줄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뒤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할 것을 지시했다.
#12월3일 尹 비상계엄 선포 후, 4일 국회의 해제 요구안 가결 전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오후 11시23분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령돼 다음 날 오전 1시1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기 전까지, 조 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도 전화해 “수방사 병력과 함께 국회로 출동해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면서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령관에게 또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고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에게도 전화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했다. 이 명령은 방첩사 수사단의 김대우 단장, 최모 소령을 거쳐 방첩사 출동조 카카오톡 단체방에 다음과 같이 하달됐다. ‘기존 부여된 구금 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 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현장에 있는 작전 부대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인수받아 수방사로 구금 바랍니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
기존 체포·구금 대상자는 이들 세 사람과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과 박찬대 원내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김민석 의원 친형), 방송인 김어준씨 등 10여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누가 명단을 작성했는지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인원도 (관련자별로 진술 등에) 차이가 있어 14명이라고 특정하지 않았고, 특정인에 대해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2월4일 국회의 해제 요구안 가결 후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3분경 이후 이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우리 군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함)으로 결과가,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할 바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6분이 돼서야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김 전 장관 공소장의 등장인물 모두 공범으로 적시했다고 검찰 특수본은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실탄도 없는데 발포 명령?’이란 입장문을 내고 “픽션”이라면서 “재판에 앞서 예단을 촉발하고 부족한 증거를 여론 선동으로 채우려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박세현 본부장 등 특수본 관계자들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10시 공수처 청사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공조본의 3차 소환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 공조본은 전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과 부속실에 보낸 출석 요구서는 ‘수취인 불명’, 대통령 관저는 ‘수취 거절’ 상태이며, 전자 공문도 미확인 상태라고 이날 오후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 배보윤 변호사 등 탄핵 심판 대리인단 선임계를 냈으나, 공조본 주축인 공수처에 변호인단 선임계는 여전히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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