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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공습 살아남은 美 해군 노병, 105세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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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28 14:22:18 수정 : 2024-12-28 14: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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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USS 유타 艦의 마지막 생존자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국 해군 군함 ‘USS 유타’ 승조원들 가운데 살아남은 생존자로는 가장 장수한 노병이 10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스’(Stars and Stripes)에 따르면 2차대전 참전용사인 워렌 업튼이 지난 25일 캘리포니아주(州) 산호세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해군 간호사 출신의 부인 발레리아 진 파커는 6년 전인 2018년 남편보다 먼저 타계했다.

 

미 해군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워렌 업튼(1919∼2024). 사진은 고인이 102세이던 2021년의 모습. AP연합뉴스

1941년 12월7일 ‘운명의 그날’ 업튼은 22세의 미 해군 통신병으로 USS 유타에 승선하고 있었다. 하와이 해안에 정박해 있던 USS 유타는 공습이 시작되고 불과 몇 분 만에 공격을 당했다. 일본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폭격기가 쏜 어뢰 여러 발을 맞고 크게 파손돼 결국 침몰했다.

 

지난 2021년 12월7일 진주만 공습 80주년을 맞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업튼은 “폭발 직후 함정이 빠르게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보며 ‘배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승조원들은 앞다퉈 바다로 뛰어들어 육지를 향해 헤엄을 쳤다. 업튼을 비롯해 먼저 땅에 도착한 병사들은 수영을 잘 못하거나 부상한 동료들이 안전하게 뭍에 올라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업튼은 “정말 겁이 났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워렌 업튼이 젊은 시절의 얼굴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날 USS 유타에 타고 있던 승조원 519명 가운데 업튼을 포함한 461명이 목숨을 건진 반면 58명은 전사했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해군 통신병으로 일한 업튼은 종전과 더불어 일단 군대를 떠났다.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스는 “한국에서 6·25전쟁이 터지자 업튼이 재입대해 복무했다”고 소개했다. 해군에서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린 뒤로는 5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다.

 

업튼의 별세로 진주만 공습 당시 USS 유타 승조원들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는 한 명도 없게 됐다. 캘리포니아의 진주만 생존자 단체는 “진주만 공습을 겪고 현재 살아 있는 참전용사는 불과 15명뿐”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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