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석진씨, 수해복구 봉사 중 중장비 사고
장기 기증으로 3명 살리고 하늘의 별 돼
딸 “하늘에선 일 조금만 하길” 편지 남겨
“하늘나라에서는 일 조금만 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다음에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아빠 사랑해”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포크레인이 전복돼 뇌사에 빠진 60대 가장이 간과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고 강석진(67)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우)을 3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강씨는 지난달 2일 귀농한 동네의 수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포크레인 작업을 하던 중 토사 유실로 인한 전복 사고로 그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강씨가 늘 다른 사람들을 도왔던 만큼 장기기증하는 것 또한 삶의 끝에 누군가를 돕기 위한 계획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재천안호남향우회원들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에 긍정적이고 남 돕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운동을 좋아해서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해 40대 때부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10㎞, 풀코스 42.195㎞, 308㎞ 횡단 마라톤 등을 즐기는 건강한 사나이였다.
전남 나주에서 7남매중 여섯째로 태어난 강씨는 충남 천안으로 이주해 건축업에 종사하다 10년전 밤으로 유명한 천안 인근 공주시 정안면으로 귀농했다. 귀농해 살 집을 직접 집을 지었고 유실수를 키우며 행복한 전원생활을 이어왔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던 강씨는 귀농전에도 봉사활동에 틈틈히 참여했으며 귀농후에는 고령의 동네 어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집수리를 도와주면서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귀농 정착 후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지인들을 집으로 초청해 가든 파티를 열기도하고, 호남향우회원 등과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재천안호남향우회 회원들은 그의 영면을 슬퍼하며 지난달 20일과 21일 천안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틀밤을 함께 했다.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늘 따뜻했던 아빠를 떠나보낸 딸은 눈물과 함께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아빠, 이렇게 갑자기 떠난 게 너무 속상하지만, 아빠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한 삶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워. 우리는 다들 잘 지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일 조금만 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다음에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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