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선 폐지 주장에 강경파 인사 반발
“美 일자리 빼앗아 돈 적게 주려는 사기”
머스크 “미국이 위대해질 수 있던 이유”
트럼프 “H-1B, 훌륭”… 머스크 손들어
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이민 비자 정책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들이 충돌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문직 비자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민정책 강경파 인사들과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논쟁이 가열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단 머스크 등 기술업계 인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지만, 논란은 비자 정책을 넘어 측근 그룹 간 ‘파워 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전문직 이민 비자 정책을 반대하는 인사들을 겨냥해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썼다. 또 “지난 150년 동안 미국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 능력 중심 국가였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크리슈난은 인도에서 출생해 인도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머스크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대학 때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와 2002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크리슈난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H-1B 비자 소지자의 영주권 신청 관련 제한을 없애자고 제한했는데 이에 강경파 인사들이 반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리는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전날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라고 비판하면서 “H-1B 비자? 이것은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머스크를 향해서도 “유아”(toddler)라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음모론자로 트럼프 당선인의 전용기에 동승한 적이 있는 로라 루머는 크리슈난의 주장에 대해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빅테크의 불가피한 이혼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가들이 이민 문턱을 높이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28일 보도된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늘 그 비자(H-1B)를 좋아했고, 지지해왔다”며 “내 자산과 관련해서도 많은 H-1B 비자(소지자)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나는 H-1B 비자를 믿는 사람이고, 여러 차례 그것을 (사업 관련 외국인 고용에) 사용해왔다”며 “그것은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의 이번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전문직 비자 문제에 관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성격이 다른 트럼프 지지 그룹 간 충돌과 분열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노동, 미국 노동자 등에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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