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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보고싶어, 보고싶어"…가족 잃은 슬픔 뒤덮인 무안공항

입력 : 2024-12-30 15:15:45 수정 : 2024-12-30 15: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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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생일에 여행 떠난 조카, 부모, 자녀, 손주…
이틀째 안타까운 사연 전해져…공항 쉼터마다 유족 오열·흐느낌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은 유족들의 오열 소리로 가득 찼다.

비보를 접한 지 어느덧 하루가 지났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은 자꾸만 커져 하염없는 눈물로 쏟아져나왔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하얀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유족을 위해 마련된 간이 쉼터에 있던 한 어머니는 "내 딸 어떡해"라고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통곡에 함께 있던 친척들도 새어 나오는 눈물을 연신 소매로 닦아냈다.

부모를 함께 잃은 50대 유족도 대합실 한편에 앉아 오열했다.

이 유족은 "아빠가 (엄마를) 다 막아줬을 거야. 그런 걸 거야"라고 되뇌다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부짖기를 거듭했다.

공항 1·2층에 설치된 임시 쉼터(쉘터)에서도 유족들의 흐느낌과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왜 고생만 하다가 갔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라는 어머니의 절규 어린 외침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하나둘 들려왔다.

유족 이모(40대)씨는 "광주에 사는 25살 조카를 이번 참사로 잃었다"며 "조카 생일이 크리스마스여서 해외여행 간다고 하니까 용돈도 주고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이씨는 이어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언니에게 전화했더니, 언니가 '아이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온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조카여서 외가와 친가 모두 달려와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로 30대 아들을 잃은 60대 아버지는 "거기에 아들이 탔는지 몰랐는데 그 비행기가 방콕에서 왔다고 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며 "방콕에서 (무안으로) 오는 비행기는 하루에 한 대밖에 없으니까…"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나는 우리 어머니 보낼 때도 눈물이 안 나왔는데 아들이 죽었다고 하니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다 키워놨는데 이게 뭔 일인가"라면서 연신 담배를 빼 물었다.

딸과 손녀를 모두 잃은 박모(74)씨는 "연말에 딸이 손녀와 둘이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소식 듣고 너무 놀라서 온 가족이 함께 여기에 와서 지내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공항과 가까운 장흥에 사는 한 유족은 "남편이 동네 사람들하고 태국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분명 도착할 때가 됐는데도 안 오더라. 뉴스를 보자마자 공항으로 달려왔는데 2명 빼고는 아무도 못 살았다고 하더라"며 흐느꼈다.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전날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도중 공항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79명이 모두 사망했다.

희생자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일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유가족에게 시신이 인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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