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사과에도 직격… 외교갈등 본격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자국 여객기 추락과 관련해 러시아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예프 대통령은 이날 자국 TV 연설을 통해 “불행하게도 사건 발발 직후 3일간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조류 충돌’, ‘가스 실린더 폭발’ 등 터무니없는 설명만 들었다”면서 “사건을 감추려는 시도가 있었던 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비행기는 우발적으로 격추됐다”면서도 “러시아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해당 여객기는 2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갑자기 항로를 변경해 동쪽으로 향한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 측은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고 주장하는 등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전날 러시아 방공 미사일의 오인 사격으로 이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곧바로 알리예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과의 뜻을 전했고, 양국 정상은 이날 재차 통화하면서 사고 조사 협력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알리예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사고 원인 은폐 의혹을 주장하며 러시아의 의도와 달리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WSJ는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러시아의 오인 격추 가능성을 인정한 예비조사 결과를 빠르게 발표하고, 알리예프 대통령도 러시아를 강한 어조로 압박하는 등 러시아에 분노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분을 주목했다. 이 매체는 “지역 강대국인 러시아에 대해 실용적 외교노선으로 접근해왔던 옛 소련 영토의 지도자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분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옛 소련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감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