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장인 전월세 임대차 시장 자극
내년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정비사업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공급 물량 감소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 물량의 경우 공사비 폭등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과 분담금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분양은 물론 입주 물량 감소까지 예상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절벽’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주 물량은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을, 분양 물량은 공사를 거쳐 2∼3년 뒤 시장에 공급될 주택을 의미한다.
3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8만584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자체 사업 물량은 4만638가구(47.3%), 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은 4만5202가구(52.7%)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내년 분양 예정인 아파트 10채 중 9채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서울 분양 예정 물량 2만1719가구 중 정비사업 물량은 통해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분양 예정 물량 5만550가구 중 41.9%인 2만1187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이고, 인천은 전체 1만3571가구 중 3981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이다.
올해 분양시장은 계획 물량 26만5439가구 중 22만2173가구가 실제 분양을 했지만, 나머지는 사업이 지연됐다. 특히 올해 분양을 계획했던 아파트의 33%(3만6231가구)는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방배6구역 재개발을 통해 조성되는 ‘래미안 원페를라’가 분양을 미뤘고, 경기도에서는 고양시 원당1구역 재개발 단지인 ‘고양원당 더샵포레나’, 의왕시 고천 나구역 재개발 사업 등의 분양이 다음 해로 넘어갔다.
내년처럼 정비사업 비중이 큰 경우 향후 공급 지연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분양은 물론 입주 물량이 감소해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올해(36만4058가구) 대비 10만 가구 이상 줄어든다. 이는 2014년(27만 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내년에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4462가구 증가한 3만2339가구이지만, 경기도 입주물량은 올해 11만6941가구에서 내년 7만405가구로 4만6000여가구가 줄어든다. 인천 역시 올해보다 7102가구 적은 2만263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분양과 입주 물량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누적된 경기 침체로 그만큼 아파트를 덜 지었고, 앞으로도 적게 짓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 시장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각종 규제에 묶인 아파트 매매가는 보합세를 유지하더라도, 입주∙분양 물량이 모두 감소하면 실수요장인 전∙월세 시장이 받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핵 정국도 공급절벽 우려를 더하고 있다. 15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은 원자재 가격에 부담을 주고,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은 향후 공급 부족을 더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가 지난 1∙8월 내놓은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도 추진 동력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다보니 공직사회에는 ‘복지부동’ 분위기가 만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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