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로 유가족을 포함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초래한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후유증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감정을 과도하게 억제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가까운 가족, 친구에게 슬픔과 고통을 털어놓고 감정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라남도의사회·광주광역시의사회는 전날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과 유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 모두 2차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심리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동 입장을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 치유에 주변 지인 등은 물론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함께 들을 때”라며,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삼갈 것을 당부했다.
학회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이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
학회는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진정으로 이해해 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눠 볼 것을 권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 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며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조언했다.
학회는 또 “언론과 미디어가 트라우마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대중은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언론 보도를 시청하길 바란다. (특히)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라며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고 했다.
또 생존자와 유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슬픔과 고통을 견디고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와 심리 지원을 충분한 기간에 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생존자가 충분히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아울러 생존자와 현장 수습 공무원 등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끔 배려할 때라는 제언도 나왔다.
안석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현재 정부가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겠으나, 깊은 자책감 등이 1개월 이상 느껴진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이번 여객기 참사 유족과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별 가용자원을 활용해 재난경험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마음이 힘든 국민은 누구든지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방문 또는 전화(1670-9512)하거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위기 상담으로 전화(1577-0199)하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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