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31일 오전 10시쯤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합동분향소엔 쌀쌀한 날씨에도 추모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50여명이 줄을 길게 서며 자신의 순서를 침통한 표정으로 기다렸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온 이들부터 가족, 연인과 찾은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서울시는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이날부터 5일간 운영한다.
60대 남성 한모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며 “마음이 착잡하고 비통하다. 새해엔 나라가 안정을 찾고, 이런 슬픈 일이 다신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조문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방문한 40대 여성 김모씨는 홀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김씨는 “고향이 부산이라 비행기를 자주 탄다. 이번 참사는 나를 비롯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아픔”이라면서 “방콕에서 잔뜩 사 온 선물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기사를 봤다. 걱정 대신 기대를 안고 비행기를 탔을 텐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밝혀졌으면 한다”며 “유가족분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20대 박모(22)씨는 “가족 단위 희생자가 많아 안타깝다”며 “어떤 위로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시청 앞 합동분향소는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많은 조문객이 몰려들었다. 한때 100여명이 줄을 설 정도였다. 시민들은 헌화와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방명록에 저마다의 추모 문구를 남겼다. 한 시민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분향소엔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찾아 조문했다. 정 실장은 방명록을 통해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경찰 간부들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 헌화했다. 이 대행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권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헌화한 뒤 “애도의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으니 많은 시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방명록에 “다시는 이 땅에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라고 썼다.
합동분향소는 국가애도기간인 1월4일까지 전국 곳곳에 설치돼 운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17개 시·도 및 66개 시·군·구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별로 애도 기간 이후에도 조문객 추이 등을 고려해 추가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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