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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수장 제치고 유럽 영향력 1위… “트럼프 상대할 리더” 평가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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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4 18:00:00 수정 : 2025-01-04 16: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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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조르자 멜로니 총리 역할론 주목
유럽 극우물결 이끈 伊 첫 여성 총리
“역사상 가장 안정적 국정 운영” 평가
獨 숄츠·佛 마크롱 정치 입지 약화 속
美 경제·안보 압박 대응 리더십 촉각

머스크 연결고리로 트럼프와 친분
트럼프, 멜로니와 한 테이블서 만찬 즐겨
“멜로니와 세계 문제 함께 고칠 것” 언급
머스크와 다정한 모습에 염문설도 나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 유럽의 새로운 리더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국제 질서에 걸맞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특히 유럽의 ‘투 톱’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국내 정치 실패로 입지가 약화하는 가운데 돌아온 ‘스트롱맨’ 트럼프를 상대하고, 27개국 유럽연합(EU)을 이끌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가 대체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이자, 유럽에서 극우를 중앙 정치로 이끈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각국 정상과 직접 협상하길 좋아하는 트럼프와 친분을 과시하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멜로니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연결고리에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머스크와 멜로니 총리는 염문설이 제기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인물 없는 유럽… 무너진 獨 숄츠, 佛 마크롱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유럽을 규합해 파리 기후 협약 탈퇴, 이란 핵합의 파기,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등 각종 쟁점에서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연일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안보 무임승차론’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럽에 안보 비용을 늘리라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휴전을 종용하며 은근히 ‘유럽의 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다시 한 번 재현할 낌새다.

하지만 현재 유럽에서는 트럼프 2기 시대에 대응할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EU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치 위기를 지적하며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이 약화했지만, 유럽을 공동의 미래로 이끌 수 있는 다른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며 유럽 리더십 공백을 경고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선 연방의회가 올라프 숄츠 총리를 불신임했다. 독일에선 올해 초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펠로는 숄츠 총리의 불신임에 대해 “전통적으로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국가가 내부 문제 수습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며 “여러 가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 EU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원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해산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하야 압박을 받고 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가 지난달 24일 새로 출범했으나, 야권에서 재차 불신임 카드를 꺼내 들 기세다.

◆伊 멜로니 총리, 트럼프 공인 ‘절친’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권력 공백’ 상황은 멜로니 총리에게 국내를 넘어 유럽에서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다. 이탈리아는 2022년 10월 멜로니 총리 취임 이후 전후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가, 트럼프 재집권은 그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는 최근 트럼프 ‘절친’ 인증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CNN방송은 지난달 15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좋지 않았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 때 이탈리아가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공식 만찬에서 멜로니 총리와 같은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너무 잘 맞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멜로니 총리를 “대단히 정력적인 인물”이라며 “함께 이 세계의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멜로니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과 EU의 축은 이탈리아를 통과한다”며 화답했다.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는 머스크도 있었다. 멜로니 총리와 머스크는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친분을 나타냈다. 머스크는 2023년 6월 이탈리아를 방문해 멜로니 총리와 한 시간 넘게 회동했으며, 약 6개월 후인 같은 해 12월에도 머스크는 멜로니 총리의 초청으로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연례 정치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2022년 10월 오랜 동거인과 결별한 멜로니 총리와 머스크는 수차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며 염문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멜로니 총리를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한 해 결산 기사를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2위), 푸틴 대통령(3위) 등을 제치고 멜로니 총리를 영향력 1위로 꼽았다. 그러면서 “유럽과 대화하고 싶다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까”라며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의 핵심 고문인 머스크라면 멜로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썼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멜로니는) 유럽의 정치를 극우로 끌어들이는 물결의 선봉에서 있었다”면서 “유럽에 멜로니 총리를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중도주의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EU 지도자들은 그를 ‘대서양 양쪽에서 점점 번성하고 있는 급진적인 시대정신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인물’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유럽 극우와 ‘연대’하며 영향력 과시

트럼프 당선인과 멜로니 총리를 이어준 머스크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극우 정당들과도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유럽마저 ‘자기색’으로 물들이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이는 유럽에서 멜로니 총리의 입지를 높이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오직 AfD가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엑스 계정에 머스크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당신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회주의자 메르켈(전 독일 총리)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는지에 대해, ‘소비에트 유럽연합’이 국가들의 중추를 어떻게 파괴했는지에 대해, 오작동하는 독일에 대해 제가 인터뷰한 것도 꼭 봐달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또 독일인 인플루언서 나오미 자입트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이 게시물에서 자입트는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독일이 일론 머스크와 하비에르 밀레이(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낀다”며 “메르츠는 자유를 지지하는 접근방식을 확고하게 거부하면서 AfD와 어떤 논의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자입트는 기후변화대응 환경운동에 반대하는 언행으로 인지도를 쌓은 인물이다. 독일 dpa통신은 이 같은 머스크 행태를 두고 “유럽 정치에 개입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31일 신년사에서 “독일이 어떻게 나아갈지는 시민이 결정한다. 소셜미디어 소유주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머스크를 우회 비판했다.

머스크는 영국의 강성 우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과도 관계가 끈끈하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17일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동했다. 영국 언론은 이번 회동으로 머스크가 영국개혁당에 1억달러(약 1437억원)를 기부할 수 있다는 관측에 다시 불이 붙었으며, 이에 영국 정치에 미치는 외국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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